매각가를 기준으로 한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는 2조8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지난 6일 시총(1조2217억원)의 129%가 넘는 가격이다. 롯데렌탈은 2021년 8월 2조332억원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는데, 당시 달성한 최고 시총보다도 높다. 통상 인수합병(M&A)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30% 수준임을 고려하면 롯데그룹 측에 파격적인 프리미엄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인수전에서도 8500억원을 써내 경쟁자를 제치고 우협 지위를 따낸 바 있다. 실사 이후 최종 인수 가격은 82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되긴 했지만,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 인수가(5200억원)을 대비 프리미엄은 상당했다. 당시에도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어피니티가 매각 측인 SK네트웍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적어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 KT렌탈 인수 고배…칼 갈아온 어피니티
과거 어피니티는 렌터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전례가 있다. 2015년 KT렌탈 인수전에선 롯데그룹에 밀려 석패했는데, 당시 어피니티는 9000억원을, 롯데그룹은 1조500억원을 제안하며 가격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롯데그룹에 패한 또 다른 경쟁자였던 SK그룹은 2019년 AJ렌터카를 인수하며 SK렌터카를 업계 2위로 키웠다.
어피니티는 올해 넉넉한 펀드 자금을 무기로 내세웠다. 어피니티가 2018년 결성한 5호 펀드(Affinity Asia Pacific Fund V) 자금 60억달러에서 잡코리아, 요기요, SSG닷컴, SK렌터카 투자금을 제외한 자금은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자금을 내세워 공격적인 인수에 나설 수 있었다는 평가다.
다만 대기업 집단을 떠난 두 회사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SK렌터카는 어피니티에 편입된 후 지난 10월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일부 만기물 미매각을 기록했다. 편입 직후인 8월엔 나이스신용평가가 SK렌터카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Stable’로, 단기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사모펀드는 설립 목적상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최대주주 변동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이 조달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