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충주 시대를 연 현대엘리베이터 ‘스마트 캠퍼스’를 이데일리가 최근 방문했다. 지상에서 바라본 외관은 주차장 일부를 제외하면 연간 6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설비용량을 갖춘 ‘HD충주태양광 1·2호’는 찾을 수 없었다. 지붕에 위치한 태양광 설비 시설을 육안으로 보려면 곧 완공될 지상 305m 테스트 타워를 올라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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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현대엘리베이터는 ‘HD충주태양광 1·2호’에서 본사 공장 전력 사용량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40%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올해 본격가동한 결과는 예상치 대비 2배 이상의 성과였다. 1~9월 현재 누적 사용 전력량이 전년 동월 대비 7% 소폭 감소한 가운데, 태양광 설비의 추가 증설과 예상 대비 초과 전력 생산으로 인한 것이다.
국내 보유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K-RE100 달성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붕 외에도 입구 등에 캐노피를 설치해 자가설비 방식으로 약 1500kW의 태양광 패널을 추가 확보했으며, 이 외에도 충주 서비스 부품센터에 111.51kW 규모 캐노피형 태양광 패널 설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천안물류센터에도 50kW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김우동 현대엘리베이터 생산관리담당은 “국내 시설의 전력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사 생산 공장에서 RE100을 달성한 만큼 추가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K-RE100 이행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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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현대엘리베이터는 독과점 이슈로 인해 국내 성장성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 2030년까지 글로벌 톱5를 목표로 해외 사업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RE100은 필수라는 전략적 판단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충에 과감히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글로벌 탈탄소 흐름으로 건물의 탄소중립도 중요해진 만큼 친환경 생산 공정을 도입한 제품 적용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보금자리인 스마트 캠퍼스는 충주 용탄동 제5일반산업단지 17만3097㎡ 부지 규모에 물류센터와 연구소, 사무동, 임직원 복지시설, 기숙사 등으로 구성됐다. 공장이전을 통해 생산 능력을 연간 1만5000대에서 2만5000대로 확대하면서 2022년 연간 전력 사용량은 전년 대비 18%나 증가했다.
RE100을 통해 간접 배출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장비 효율화와 친환경 설비 도입을 통해서도 직접배출을 줄인단 계획이다.
박성준 현대엘리베이터 공무안전환경팀장은 “유증기필터링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가공시 발생하는 유증기를 정화해 연무의 공장내 발생을 통제해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했다”며 “또 과거에는 사람이 관리했던 절삭유와 슬러지는 유분분리기와 칩분쇄기를 통해 재활용하면서 절삭유의 사용주기를 늘리고 폐기물도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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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4월 우리나라 최초로 ‘제3자 PPA(Power Purchase Agreement)’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K-RE100 가입 기업 약 150여곳 가운데 유일하다.
현재도 대부분의 국내 RE100 선언 기업들은 비용이 저렴한 녹색 프리미엄을 통해 RE100 실적을 채우고 있으며 지난 2021년 6월 제도 도입 이후 PPA 방식으로 RE100을 이행하는 곳은 11월 현재까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녹색프리미엄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추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글로벌 고객사들이 점차 인정하지 않는 추세란 점이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 부지를 임대해주고 RE100 이행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 현재 전력요금 상승기에 20년간 안정적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제3자 PPA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발전량 기준으로 사용요금 지불계약을 맺어 휴가기 등 생산량이 줄어드는 기간에도 발전량만큼 비용을 오롯이 지불해야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에 추가로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은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나 자가발전 방식으로 전환해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발전 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하고, 유휴 발전량을 매각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자체 사용량을 초과하는 발전시설의 확대는 제한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공장 부지에 태양광 설치는 정부와 지자체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환경파괴 문제에서 자유로운데다 사용가치가 없는 유휴 부지를 활용할 수 있고, 방수와 단열 효과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기업 유치를 위해 RE100에 주목하기도 한다. 경기도는 지난 4월 24일 ‘경기RE100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산단 태양광을 중심으로 원전 6기 규모인 9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로 한 바 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 이전은 지난해 4월 충주시의 적극적인 유치로 이뤄졌다.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 규모와 맞먹는 부품공급업체들도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충주 스마트 캠퍼스는 산업단지로 태양광 패널 설치를 가로막는 이격거리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14.46GW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2021년 기준) 대비 10.8%에 달하는 규모다. 공장을 비롯해 모든 건축물로 범위를 넓힐 경우 2050년 시점에서 건물에 설치 가능한 태양광 설비는 145GW(옥상 면적 25% 사용 가정)로 평가된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원은 “설비를 확충하는 투자를 단행해 RE100을 달성하는 기업들은 현재로선 거의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아직 국내 기업들은 비용이 저렴한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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