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가뭄에 4대강보 활용…보 해체 뒤집히나(종합)

'광주·전남 중장기 가뭄대책' 브리핑
일 61만t 이상 용수 확보 방안 마련안
장흥댐 물 여수산단에 '도수관로' 공사
경험한 적 없는 가뭄오면 '죽은 물'도 쓴다
한 장관 "보 처리 방안과는 별개"
  • 등록 2023-04-03 오후 5:00:00

    수정 2023-04-03 오후 7:47:45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광주·전남지역의 생활·공업 용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만든 4대강 보(洑) 16개를 ‘물그릇’으로 활용한단 계획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는 재자연화를 위해 보 해체를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영산강이 아닌 섬진강 수계를 취수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 활용 방안이 이 지역 가뭄대책으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가뭄을 통해 보의 필요성이 더 커졌으며, 보 (해체·상시개방등) 처리 방안과는 별개로 보를 과학적, 긍정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주암댐의 저수율은 이날 현재 20.44%로, 예년의 48% 수준이다. 섬진강댐 역시 저수율도 23.1%로 작년 이맘때의 47%에 불과하다. 오는 4~6일 전남권에 30~80㎜의 비 예보가 있지만, 가뭄 해갈을 위해 주암댐은 170㎜, 섬진강댐은 480㎜의 강수량이 필요해 해갈엔 부족한 양이다.

단수조치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한 장관은 “전남권에 올해 말까지 단수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수산단내 공장 정비를 상반기로 앞당겨 공업용수 사용을 줄이고, 지난해 7월부터 댐간 연계운용 등을 통해 선제적 조치를 이어온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보 활용은 이르면 이달부터 가뭄대책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장관은 “4월부터 물 사용이 늘어나 추가적인 물 공급 대책이 필요할 수 있어 보 수위를 높여 보를 가뭄 대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뭄을 계기로 문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이 뒤집힌 것으로 해석되자 한 장관은 “(이날 가뭄대책은 보 활용안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 1기의 보 해체 처리 방침을 번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위원회의 결정도 ‘주민의 동의가 없으면 안 한다’고 되어 있고, 저도 계속해서 ‘주민의 동의가 없는 보 해체는 없다’고 말해왔다”며 별개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승천보와 죽산보 수위를 관리수위까지 상승킬 경우 저류된 물의 50%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밖에 오는 2028년을 목표로 내놓은 ‘중장기 가뭄대책’에서 환경부는 주암댐과 장흥댐을 연계하는 도수관로를 설치하고, 극단적 상황에서는 댐 밑바닥의 ‘죽은 물(사수·死水)’까지 끌어쓰는 방안 등을 담은 종합 방향을 내놨다. 이를 통해 일일 61만t 이상 용수를 확보 방안이다. 주암댐에 장흥댐 물을 끌어오는 도수관로를 설치하고 이를 여수산단에 공급하는 도수관로 45.7km를 설치한다. 광양산단엔 주암조절지댐에서 직접 공급가능하도록 비상 공급시설 설치가 추진된다. 아울러 겪어보지 못한 극한 가뭄시엔 댐 저수위보다 아래 수위인 비상용량과 사수용량까지 활용한단 계획이다. 비상용량은 저수위와 비상방류구 사이의 물을, 사수용량은 댐의 바닥에서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이다. 각각 66일, 146일 물을 더 쓸 수 있는 양이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관계기관 협의,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대책을 확정하고, 상반기 안으로 기본구상 용역에 들어가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구체적인 사업 규모, 공사시기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강, 낙동강, 금강 유역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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