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치욕 안긴 인물 있을 줄은"…일본 새 지폐 보니

일본 20년만에 새 지폐 3종 발행…1만엔권엔 “일제 수탁 주역"
기존 지폐 계속 사용 가능…‘위조방지’ 3차원 이미지 홀로그램 세계 첫 적용
기시다 “일본 경제에 활력 주길”…GDP 0.27% 부양 경제효과 전망
  • 등록 2024-07-03 오후 6:47:31

    수정 2024-07-03 오후 6:56:42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0년 만에 도안을 완전히 바꾼 새로운 지폐 3종을 3일 발행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오전 도쿄 주오구 일본은행 본점에서 새 지폐 발행 기념식을 열고 신규 1000엔권과 5000엔권, 1만엔권 유통을 개시했다.

이상현 태인 대표 겸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가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태인 사무실에서 1902∼1909년에 발행된 일본 제일은행권(왼쪽)과 이달부터 발행하는 일본 만 엔권 견본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두 지폐에는 과거 한반도 경제 침탈에 앞장선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가 실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념식에서 “오늘 1조6000억엔(약 13조7000억원)의 새 일본은행권을 세상에 내보낼 예정”이라며 “캐시리스(cashless)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금은 앞으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은행 본점을 찾아 시찰하고 취재진과 만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지폐”라며 “새 지폐가 일본 경제에 활력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권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일본은행에서 각 금융기관으로 양도됐고, 일부 은행 지점에는 새 지폐를 받기 위해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고 NHK는 전했다.

새 1만엔권에는 일본 메이지 시대 경제 관료를 거쳐 여러 기업 설립에 관여해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의 초상화가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일제강점기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 사장을 맡으며 경제 침탈에 앞장서고 대한제국 시절 한반도에서 첫 근대적 지폐 발행을 주도하면서 스스로 지폐 속 주인공으로 등장해 한국에 치욕을 안긴 인물이기도 하다.

5000엔권에는 일본 여성 교육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津田梅子·1864∼1929), 1000엔권에는 일본 근대 의학의 기초를 놓은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1853∼1931)의 초상이 각각 새겨졌다.

이들 지폐에는 위조 방지를 위해 3차원 이미지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홀로그램 기술이 세계 처음으로 적용됐다.

일본에서는 지폐 교체로 상당한 경제 부양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 등에 드는 비용을 약 1조6000억엔으로 추정하며 일본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0.27%가량 끌어올리는 경제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또 고령층 등 개인이 집에 쌓아둔 현금인 ‘장롱 예금’이 밖으로 나와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내 장롱 예금은 60조엔(약 51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한편, 기존에 발행된 1만엔권에는 아시아를 벗어나자는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한 후쿠자와 유키치, 5000엔권에는 메이지 시대 여성 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 1000엔권에는 전염병 연구자인 노구치 히데요의 초상이 각각 실려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 얼굴이 들어간 1만엔권은 다른 지폐와 달리 더 오랜 기간인 40년간 통용됐다.

화폐 교체 이후에도 기존 지폐는 문제 없이 계속 쓸 수 있다. 여행자도 굳이 신권으로 바꿀 필요가 없다.

일본 경찰은 ‘기존 지폐를 사용하지 못한다’며 보관을 권유하는 등의 사기 사건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지폐는 지금까지 약 20년 간격으로 바뀌었다”며 20년 뒤에는 디지털 화폐가 보급돼 새로운 지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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