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강진 발생 나흘째인 11일(현지시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피해 지역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모로코 정부가 대응에 미온적인 데다 전 세계 구조의 손길을 외면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중부 아미즈미즈 인근 이미 은탈라 마을에서 건물 잔해에서 꺼내지는 가족의 시신을 보며 한 여성이 통곡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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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쯤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현재 5000명에 육박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전날 오후 4시까지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부상자 중 중환자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 구조대도 구조 현장에 합류하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스페인과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의 지원 요청에 응한 상태다.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전날 내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다른 우방국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수 국가들이 모로코에 지원 의사를 표시했으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독일, 쿠웨이트, 튀르키예, 이스라엘, 이탈리아, 대만, 오만, 스위스는 물론 2년 전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까지 공식 지원 요청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모로코 정부가 국제사회에 도움 요청을 주저하면서 피해 주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현장에 전문가나 중장비가 투입되지 않아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피해 지역에 정부의 공식적인 구조 활동이 포착되지 않았고 구조된 부상자들은 대부분 구급차가 아닌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피해 지역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