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전세난의 가장 큰 영향으로 새 임대차법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지목한 데 이어 정부도 결국 전셋값 상승 흐름의 원인을 임대차법에 있다고 인지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임대차법을 정착시킬 뚜렷한 정책 수단이 보이지 않아 전세난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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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7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주택시장은 시장·지역별로 상이하나 가격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세가격은 임대차3법 등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세대분할 증가, 차입비용 부담 완화 등으로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금까지 임대차법 시행이 전세난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서 변화의 기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임대차법이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이 줄곧 있었지만 정부는 그동안 회피했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최근 전세난의 핵심 원인으로 임대차보호법 실행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크다고 지목했다.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은 관계자는 “금리와 전세가격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전후해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데 비추어 전세수급의 미스매치(mismatch)가 최근 전세가격 상승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전세가격 상승률은 7월 31일 개정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된 이후 지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서울의 주택 전세가격은 올해 6월 0.15% 수준이였으나 8월 0.43% 9월 0.41% 10월 0.35%, 11월 0.53%까지 상승했다. 지방의 경우 올해 6월 0.18%에서 7월 0.24%, 8월 0.34%, 9월 0.41%, 10월 0.39%, 11월 0.58%까지 전셋값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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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단기 대안은 급등한 전세시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가 급등한 근본적 원인은 공급부족”이라면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 임대차법을 시행하면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과 함께 민간 정비사업 규제도 획기적으로 풀어주는 전세 대책 후속조치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내년에도 전세시장 상승세를 점치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 전셋값은 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매가격은 0.5% 떨어질 것으로 봤지만 전셋값은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은 올해 아파트 매매·전세시장 분석 및 내년도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세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면서 “임대차 2법 시행 등이 전세 거래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내년 매매·전세시장도 대체로 불안한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