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과 관련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 대통령의 외교 미숙함을 강조하며 ‘조문참사’, ‘조문홀대’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조문 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을 두고 ‘의전실수’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며 각종 논란을 일축했다. 영국 왕실 측과 협의를 통해 일정을 조율했다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영국 외교부 플리커 계정/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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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도착 당일 예정된 조문을 취소하면서 발생했다. ‘왜’가 따라붙으며 의혹이 불거졌다. 야당은 맹공을 펼쳤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은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우크라이나도 모두 조문을 했는데 왜 윤 대통령만 조문을 못 했는지 궁금해한다”고 지적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초 단위, 분 단위로 일정을 짤 게 아니라 조금 더 여유 있게 움직였으면 되는 일인데 그걸 하지 않았다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의전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지적에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현지시각)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지난 18~19일 윤 대통령의 영국 일정과 관련해 “의전 실수가 있었다거나 지각을 했다거나 홀대를 받았다 등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조문 일정이 조정된 것은 영국 왕실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런던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극심한 교통 혼잡 탓에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윤 대통령의 참석이 늦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많은 정상들이 (장례식에 참석한 뒤에) 조문록을 작성했다”며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니아 대통령, 모나코 국왕 등이 영국 왕실 안내에 따라서 조문록을 장례식 마치고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장례식 이후 조문록 작성이 외교적 결례가 아닌 현지의 특수 상황에 맞춰 왕실에 안내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런던에서는 수많은 추모 인파가 몰리면서 거리 곳곳에서 예정에 없던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이들(장례식 이후 조문록을 작성한 정상급 인사들) 모두가 홀대받은 것도 아니다, 조문 없는 조문외교를 펼쳤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이 지각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전 실수와 관련해서는 “한 국가의 슬픔을, 특히 인류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더 큰 슬픔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조문 복장 논란도 있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망사 베일(면사포)를 쓴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면사포는 왕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다른 국가의 영부인들 다수가 검은색 망사 베일를 착용하면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윤 대통령는 행커치프를 착용해 조문 복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역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찰스 3세 국왕도 행커치프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등 주요 7개국(G7) 정상과 달리 의전 홀대를 받았다는 근거없는 루머도 돌았다. 영국 현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왕실로부터 차량을 제공받고 의전용 콘보이 4~5대의 경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