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 서울 지역 119구급대원인 A(40)씨는 전공의 파업 이후 지금이 ‘역대급 기간’이라고 표현했다. 응급실 병상이 충분해도 치료해줄 담당 의사가 없어 환자 이송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8일 오전 9시께 서울 구로구의 고대구로병원 권역 응급 의료센터에 환자를 이송하러 온 A씨는 “사전에 이송 가능한 병원 리스트가 있어서 미리 연락을 돌리는데도 예전보다 구하기 어려워져 답답하다”면서 “코로나 때랑 맞먹을 정도로 정신없고 바쁜데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응급실 거절에…집에서 20㎞ 떨어진 병원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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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같은 구급대원들은 환자 이송을 위해 병원 응급실에 십수 번씩 전화를 거는 경우는 예삿일이라고 했다. 기다림에 지친 환자 불만이 커지다 보니 구급차 내부에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병원 선정이 지연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문구도 써 붙였다. 서울 지역 119구급대원인 30대 B씨는 “기존에도 병원에 전화를 다 돌려보고 가는 것은 변함없었다”면서도 “전보다 전화 돌리는 수가 많아졌고 많을 때는 십수 번도 넘게 돌리고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분투를 다투는 환자들의 불만도 쌓여만 간다. 8년째 간암과 투병 중인 모친을 모시는 이시원(52)씨는 자택에서 2㎞ 떨어진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두고 20㎞ 떨어진 서울 아산병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응급센터에서 모친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씨는 “이날 오전 12시 30분께 어머니가 위험해서 119구급대를 불렀는데 강남 세브란스병원이랑 삼성병원에서 안 받아준다고 했다”면서 “진통제를 맞고 통증을 빨리 완화해야 하는 위급한 순간에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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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있지만 응급처치 이후 배후 진료를 해야 하는 의료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서울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해당 진료과 교수나 전문의에게 환자를 넘겨야 하는데 지금 사람이 없어서 넘기지 못한다”면서 “각 담당과 교수와 전문의 인력들이 빠지면서 이미 기존의 환자들만 해도 벅차니까 응급실 콜을 안 받는다. 그러니 응급의학과 교수들도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신경과 전문의인 의사는 “힘든 정도를 표현하자면 6개월 전보다 최소 300%는 (힘든 강도가) 증가했다”면서 “할 일이 3배는 늘어 병원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라고 했다. 통증 클리닉 전문의인 한 의사도 “말도 못할 정도로 바쁘다”면서 “현장에서 인력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다들 그저 버틴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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