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KT, 네이버 등 토종 IT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해온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에 제동을 걸며 거센 반격에 나서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실상 토종 대항마가 부재하단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엔 국내 시장만큼은 어엿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몇몇 기업은 ‘안방’을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회사들의 성장 전략에서 클라우드 사업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까지 눈독
15일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처음 일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선보였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의 채널 파트너를 통해 AI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네이버라는 거대한 온라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미션을 수행해오면서 쌓인 기술과 경험이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온라인 서비스 DNA를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2014년 처음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NHN도 올해 클라우드 사업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글로벌’을 두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NHN은 일본과 북미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거둔 클라우드 매출 1600억원 중 40%가 일본에서 나왔다. 나머지 국내 매출도 전년보다 2배 커졌다.
◇올해 공공 시장 주목…추가 데이터센터 설립 ‘속속’
글로벌 기업이 진입히기 어려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점차 열리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는 ‘호재’다. 현재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받은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데, 이 인증을 받은 글로벌 기업은 없다. 이 인증이 글로벌 기업에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공공 부문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할 방침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KT는 공공·금융 시장을 발판으로 현재 1000억원 수준인 클라우드 매출을 올해 두 배 이상 성장시킨단 목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KT는 지금까지 70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NHN도 국내외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해 2025년까지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작년 2700억원 가량의 클라우드 매출을 거둔 네이버 역시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NHN도 올해 경남 김해에 제2 데이터센터를 연다. KT 역시 지난해 말 용산에 13번째 데이터센터의 문을 열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도 여전히 국내 기업들과 속속 클라우드 사용 계약을 맺으며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국내 실적을 공개하진 않지만 AWS코리아의 매출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이라면 이는 KT, 네이버클라우드, NHN 세 회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