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김경은 기자] 외식물가 고공행진 속에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먹는 ‘홈카페족’이나 집에서 밥을 직접 해먹는 ‘집밥족’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 제품을 만드는 생활가전 및 주방가전 업계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 전년 대비, 단위=% (자료=통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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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6%로 전체 물가 상승률(3.6%)보다 1.6배 높다. 2022년(7.7%)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2022년을 빼면 1994년(6.8%)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기간 가공식품 물가상승률도 6.8%로 전체 물가 상승률의 1.7배 수준이다. 특히 커피(12.6%)와 우유(9.9%)상승률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커피값도 오르는 모양새다. 커피빈코리아는 지난달 우유가 함유된 음료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외식 물가 상승과 커피값 인상 움직임에 집에서 커피를 직접 추출해 마시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청호나이스는 커피머신에 얼음정수기를 결합한 ‘에스프레카페’의 지난해 12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캡슐 커피머신과 얼음정수기 기능을 담고 있는 제품으로 에스프레소, 롱고, 아메리카노, 소프트 아메리카노 등 총 네 가지 스타일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쿠쿠홈시스의 ‘인스퓨어 스팀 100 바리스타 정수기’도 지난해 10월 본격 판매 이후 12월까지 월평균 3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 제품은 커피 메이커 겸용 기능을 갖춘 국내 최초 끓인 물 정수기로 개인 취향에 따라 9가지 레시피를 선택할 수 있다.
락앤락(115390)(제니퍼룸)의 ‘전자동 커피머신 스팀 라떼 프로’도 출시 한달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다. 지난 1월 전자동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매출액은 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5% 불어났다.
높은 외식물가는 집밥을 찾는 수요를 자극해 조리·보관·세척 용도의 주방가전 판매량도 촉진하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전기오븐과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7%, 11%씩 늘었다. 쿠첸의 스테인리스 밥솥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특히 외식 물가가 급등세를 보인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9% 뛰었다.
신제품도 완판 등 판매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락앤락이 최근 선보인 ‘미니 김치냉장고’는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다. 32ℓ 용량의 소형 김치냉장고로 1~2인 가구는 물론 늘어난 집밥에 추가 냉장고가 필요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앳홈의 소형가전 브랜드 미닉스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음식물 처리기 ‘더 플렌더’는 수요 확대로 인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진행한 네이버 라이브 방송에서는 1시간 동안 920여대가 팔리며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1분당 7대가 팔린 셈으로 매출은 4억 4000만원을 달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를 미루고 있던 잠재고객 수요가 집밥 확대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 커피 사랑이 남다른 데다 고물가는 당분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취향에 맞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즐기는 홈카페족 문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