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투자 역대최대…안팎 악재로 올해는 ‘안갯속’

지난해 345.7억달러 유치…3년 연속 역대최대
日·中 제조기업 중심 투자신고액 3~4배 '껑충'
올해도 역대최대 목표…"투자 인센티브 강화"
탄핵정국에 트럼프…안팎 불안요인 해소 과제
  • 등록 2025-01-07 오후 4:11:53

    수정 2025-01-07 오후 6:45:48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가 지난해 일본·중국 제조기업의 국내 투자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정부는 올해 다시 한번 역대 최대규모의 FDI를 유치할 수 있으리라 보고 총력전에 나선다.

그러나 안으론 계엄·탄핵 정국이란 정치 불안, 밖으론 이달 말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의 불안감 속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미·중 분쟁 속 ‘무역 안전지대’ 강점 부각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FDI가 345억 7000만달러(약 50조 2000억원·신고기준)를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역대 최대였던 전년 대비 5.7% 더 늘었다. 우리나라는 2021년 이후 3년 연속 역대 최대규모의 FDI를 유치 중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일본과 중국 제조기업의 국내 투자 확대가 전체 FDI 실적을 이끌었다. 일본발 투자신고는 61억 2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배 이상(375.6% 증가) 늘었고, 중국발 투자신고(57억 9000만달러)로 3배 이상(266.1%) 늘었다.

한국이 이들 국가 기업에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미·중 분쟁의 ‘무역 안전지대’로 여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46.5%↑)와 바이오(254.2%↑) 등 첨단산업과 여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52.7%↑) 부문이 크게 늘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일 양국 산업구조가 이전까진 수직 계열 형태였으나 최근 일부 수평 구조로 바뀌면서 대(對)한국 투자를 기회 요인으로 보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중국 기업의 투자 확대 역시 다분히 미국 견제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도 다시 한번 역대 최대 FDI 유치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전 세계적 생산망이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안전지대’라는 한국의 강점을 더 부각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에서도 역대 최대 FDI가 이뤄진 것은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올해도 양질의 FDI 유치를 위해 소통을 확대하고 첨단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에 대한 2024년 결과와 2025년 전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불확실성 속 투자 도착액은 4년 만에 감소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업계 발로는 우려가 크다. 당장 국내에선 계엄·탄핵 정국이 큰 불안요인이다. 국내 주요기업이 불확실성 속 올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만큼, 이와 연계해 국내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 기업의 투자계획도 보수적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FDI 신고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FDI 도착액은 147억 7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4.2% 줄었다. 4년 만의 감소다. 지난해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투자기업의 자금 집행 기간이 평소보다 길어진 것이다.

대외적으론 이달 20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최대 변수다. 트럼프가 한국 등 주요국을 대상으로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본격화한다면, ‘안전지대’로서의 한국 투자 매력도 그만큼 약화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중국의 국내 투자 확대와 대조적으로 미국·유럽연합(EU)의 국내 투자가 줄어든 것도 서방 국가의 정치적 변화, 지정학적 갈등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미국발 FDI 신고액은 52억 4000만달러로 14.6% 줄었고 EU(51억달러) 역시 18.1% 줄었다. 또 지난해 기준 2대 투자국인 중국의 한국 투자 확대는 미·중 갈등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경제안보 문제가 불거질 여지도 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보편관세가 어떤 형태인지 나오지 않은 만큼 예단은 이르지만,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국내 정세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 중이고 이른 시일 내 정세가 안정화하면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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