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가격 할인이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 재고분에 대해 최대 2000만원 할인을 진행했다. 내년부터는 2000~3000만원대 가격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출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는 본격적인 가격 경쟁 시장으로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가격 하락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체간 협상력의 무게추가 후자로 기울었단 분석이 나온다.
| 현대차·기아 배터리 팩 조달가 추정.(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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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삼성증권 팀장은 최근 ‘전기차 가격 하락, 누가 부담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조달 가격 하락을 전기차 업체들이 판촉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조달하는 배터리 팩 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kWh당 130달러로 하락했다. 이는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집계하는 산업평균 139달러보다 9달러가량 낮다. 올해 배터리 팩 가격은 지난해 대비 14% 하락해 201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배터리 가격은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크게 하락한데다 배터리 업계의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리튬 가격은 75% 가까이 폭락했다. BNEF는 내년에 배터리팩 평균 가격이 kWh당 133달러로 더 떨어진 후 2027년엔 100달러 밑으로 떨어져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는 이른바 ‘가격 패리티’(price parity·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유지 비용이 같아지는 시점)가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기아의 배터리팩 조달 가격이 2024년 초 1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V9이 공격적 할인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다. 실제 EV9 기본 사양의 배터리 용량은 99Kwh로 1분기 대비 2분기에 배터리 가격이 260만원 하락했으며 내년 1분기에는 450만원의 하락 효과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는 국내 연말 판촉으로 이어지면서 보조금 소진 지역에 대해 400만~850만원의 할인 및 미국 시장 내 3750달러 현금 인센티브 제공 계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조달가격 하락을 판촉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분산이 가능한 완성차 업체 대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배터리 업계가 더 치명타를 입고 있는 만큼 협상력에서 밀리고 있단 전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최근 수장(CEO)을 교체하면서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 전략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낮췄다.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도 적극 추진한다. SK온도 북미지역에서 포드와 추진했던 켄터키 2공장 건설 투자 계획 재점검에 들어가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삼성SDI는 고수익성 기반으로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수장을 교체하지 않았으나 내년도 시적 둔화 예상에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는 하향세다.
임 팀장은 “배터리 가격 조정은 분기별로 협상이 이뤄지는데 하반기 들어 단가 협상의 헤게모니가 배터리 업체에서 완성차 업체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 기아 2024 EV9/사진=기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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