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터널 끝이 안보인다"…철강업계 비용절감 안간힘

국내 조강 생산량 1~4월 2122만t..14년만에 최저
중국·일본 수입산과 수요 부진에 재고 물량도 넘쳐
철광석價 하락 긍정적이지만..中 경기회복 지연 우려
전기로 야간 조업하고 부생가스 활용해 원가 절감
  • 등록 2024-07-09 오후 5:48:24

    수정 2024-07-09 오후 5:48:24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철강업계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데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최근 철강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국내 철강사의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9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2122만톤(t)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10년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 유입과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재고도 꾸준히 쌓이고 있다. 중국·일본산 수입으로 몸살을 앓았던 열연강판의 경우 1~4월 329만6000t이 재고로 쌓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7만8000t) 대비 39% 가량 증가했다. 주요 건설 자재인 철근·봉강도 264만3000t, 143만7000t으로 지난해 대비 40%, 21% 가량 늘었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H형강, 철근 등 주요 봉형강 제품의 가격 인상 시도가 있었으나 수요 부진 등으로 시장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철강사 2분기 실적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47.5% 감소한 6968억원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2분기보다 68.3% 줄어든 1476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더욱이 6~8월은 철강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한다.

철강사 직원이 고로 출선(고로에서 쇳물을 빼내는 작업) 작업을 하고 있다.
철강 시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수급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철강 감산 역시 중국 내 수차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강제성이 낮아 유의미한 감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해상 운임 상승으로 물류 비용 등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 가격은 2분기 t당 평균 113달러로,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항만의 철광석 재고가 지난해 최고치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고, 하반기 중국 정부의 철강 생산 규제 전망을 감안하면 철광석 가격의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초 140달러대까지 상승했던 철광석 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5일 기준 t당 115.85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달부터 전기로 야간 조업을 실시하는 한편, 이달부터 철근 생산량을 40% 축소하기로 했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달부터 야간 조업을 실시하고 있다. 주간 전기료 대비 저렴한 야간 전기료를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활용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최대 가동을 통해 에너지 비용 절감에 나섰다. 앞서 포스코는 원가의 구조적 혁신과 시장변화를 반영한 설비 효율화로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업황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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