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이' 울리는 허위 공시

대개 파트너십 관련 허위 사실
공시 따라 시세 급변하지만 허위 공시 거를 장치 없어
국회선 투자자보호법 봇물
  • 등록 2021-05-12 오후 4:28:24

    수정 2021-05-12 오후 9:34:10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허위 공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법 규정이나 감독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라 투자자가 피해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와 관련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허위 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코인 사기의 시작점이 공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국내외 거래소 55개와 파트너를 맺고 있는 가상자산 정보 공시 포털 ‘쟁글’이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조회 공시를 요청한 건수는 1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10건, 올해 들어선 4월 기준 5건이다. 대개 파트너십과 관련된 내용의 공시에 대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코인을 발행한 회사가 특정 회사와 공식 파트너 관계라고 공시했지만, 실제론 파트너 관계를 증명할만한 자료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의 김준우 대표는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파트너십 관련 공시”라며 “가령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하기로 했다고 공시를 하면 가격이 뛰는데, 내막을 보면 단지 AWS의 서비스를 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공시 거를 장치 없어

문제는 공시 내용에 따라 시세가 급변함에도 이런 허위 공시를 거를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거래소들은 공시 제도를 제각각 운영하고 있다.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은행 실명 계좌를 가진 4개 거래소 중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은 쟁글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며, 업비트는 최근까지 공시 제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다 중단했다.

업비트가 공시 제도를 중단한 것 역시 허위 공시 논란이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비트에서 암호화폐 ‘고머니2’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개발사 애니멀고가 북미 펀드인 셀시우스네트워크로부터 5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고 공시했다가 허위 사실로 밝혀져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는 거래량과 직결되는 만큼 거래소 입장에서 걸러낼 이유가 없다”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공시 제도를 운영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경우 공시 내용으로 인해 거래량이 늘면 수익이 커지는 이해관계 당사자라는 얘기다. 쟁글이라고 해도 공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모두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회, 투자자보호법 발의 봇물

뒤늦게나마 국회에서는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공동 대표를 지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김병욱 의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강민국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보호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위해 법제실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는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발행심사위원회(가안)를 두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행위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등에 대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 상의 입법례를 참고해 가상자산 시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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