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면서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양측 모두 공개매수 대응을 놓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MBK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6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MBK가 매수 가격을 높일 수 있단 전망이 나오자 당장 ‘치킨게임’만큼은 피해가려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이 24일 예고한 기자회견에서 MBK의 공개매수 대응방안을 내놓기보다 이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워 고려아연의 기술력 알리기 나선 것은 자칫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MBK가 경영권을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고려아연 역시 전략적 투자자(SI)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한 무리한 자금동원은 불리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달 초까지 50만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12일 MBK가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이후 폭등해 24일 현재 70만원 안팎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아 시장 매각이 현재로선 유리하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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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려아연의 유통 물량이 제한적이고 대량 매각이 부담스러운 기관투자가들 일부는 이번 공개매수에 응할 것으로 MBK는 보고 있다. 현재 ㈜영풍 측(장씨 일가)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지분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물량을 더해 총 33.09%다. 국민연금(7.57%)과 고려아연 자사주(2.39%)를 제외한 유통 물량 약 22.8%가 공개매수 대상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쥐기 위해 최소 144만 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 4881주(14.61%)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입 금액은 최대 1조 9964억원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포함한 기업가치를 고려하더라도 공개매수 단가를 높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또 고려아연이 SI를 유치할 경우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실패로 돌아갈 위험도 있다.
지난해 말 MBK는 한국앤컴퍼니를 공격할 당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시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제시하고 주주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우군 역할에 나서자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MBK의 공개매수는 10월 4일까지다.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선 오는 26일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