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위력·영향은 ‘매미·루사’급…피해는 '포항·경주'에 집중

피해는 매미·루사보다 적을 듯…위력은 매미, 영향은 루사급
유독 비 피해 컸던 포항·경주 10명 사망·실종
주택과 상가 및 공공시설 수 천여곳 침수· 파손
  • 등록 2022-09-06 오후 4:53:46

    수정 2022-09-06 오후 9:51:4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태풍의 강도와 영향면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와 견줘왔다. 막상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한반도의 모습은 당시와 비교해 적은 피해를 입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위력면에선 ‘매미’에 버금갔고, 강수량은 ‘루사’와 맞먹은 역대급 태풍이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과 경주에선 사망 2명, 실종 8명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주택과 상가 및 공공시설 수 천곳이 침수되거나 파손됐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주택가가 침수됐다. 사진=연합뉴스
위력은 매미, 영향은 루사급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가 내륙에 상륙한 이후 최저해면기압은 오륙도에서 관측된 955.9hPa로 역대 2위였던 매미 954.0hPa에 이어 세 번째로 강했다.

영향면에서 보면 일최대강수량은 지난 5일 제주 윗세오름에서 703.0㎜를 기록해 루사 870.5㎜(강릉)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힌남노는 이같이 위력과 영향면에서는 역대급 태풍이다. 다만 힌남노는 한반도 상륙 시나리오 가운데선 피해를 최소화한 경로로 움직였다.

힌남노는 5일 자정 제주도에 최근접해 6일 새벽 4시10분경 거제에 상륙해 오전 6시 부산을 지나 7시10분께 울산에서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약 2시간 20분간 상륙했지만 부산을 스쳐 빠르게 지나갔다. 매미보다 더 해안에 가깝게 포물선을 그리며 북동진했고, 루사보다는 상륙시간이 짧았다.

태풍의 위험반원 반대편인 왼쪽에 우리나라 내륙이 놓이면서 힌남노의 일최대풍속은 37.4㎧에 그쳤다. 지난 2019년 링링(42.1㎧)에 이은 8번째다.

힌남노가 이같이 동편화한 것은 우리나라 상층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많이 유입되면서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태풍의 강도를 약화시켰고, 우전향하는 커브의 각도를 더 꺽게 만들었다.

하지만 찬 공기가 경남권까지 내려오면서 태풍의 수증기와 만나 ‘선상강수대’가 형성된 경북 포항과 경주엔 매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선상강수대는 적란운이 쌓이고 쌓여 마치 선 모양으로 이어진 강한 비구름대로, 좁은 범위에 집중호우를 내리기 때문에 재해의 원인이 된다. 이번 비 피해가 집중된 포항은 시간당 최대 110㎜의 거센 비가 내렸다. 특히 선상강수대의 집중 구역에 놓인 포항은 6일 0시부터 7시간 동안 342.4㎜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하루 가장 많이 비가 내린 곳이다.

또 루사는 느리게 한반도를 통과하며 강릉에 하루동안 870.5㎜의 비를 퍼부은 반면 어마어마한 수증기를 품었던 힌남노는 제주 산지에 이틀간 954.0㎜의 강수를 뿌리며 한라산에서 수증기를 많이 소진한 채 내륙으로 진입해 빠르게 이동해 나갔다.

역대급 위력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도록 지나갔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주변에 이같은 강도높은 태풍 발생 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기후변화로 ‘괴물 태풍’은 점점 늘어날 것이란 게 과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인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 추세적으로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대비 1~2도 가량 높은 상태다. 태풍은 과거 10월까지도 발생한 바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힌남노의 세력을 키운 주원인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이라면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힌남노와 같은 초강력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풍 ‘힌남노’의 폭우 때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을 찾는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독 비 피해 컸던 포항·경주 10명 사망·실종


힌남노가 단시간에 엄청난 비를 뿌리고 지나간 경북 포항과 경주에서 인명 사고와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는 사망 3명, 실종 7명이다. 전국의 약 9만가구가 정전됐고, 전국 전통시장 20여곳을 포함해 수 천호에 달하는 주택과 상가가 침수됐다.

인명피해는 포항에서 70세 여성이 일가족과 함께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경주에서는 87세 여성이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에 매몰돼 사망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모 아파트에서 출차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 주차장에 들어간 주민 7명이 실종됐다. 하천이 범람하며 갑자기 주차장이 물에 잠긴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나간 66세 여성도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유 시설 피해는 포항에서만 주택 8000호와 상가 3000호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물이 빠지면서 추가 피해 신고와 농경지 등 침수 신고가 이어지면 피해 규모는 불어날 전망이다.

제주에서도 400여 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은 이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진 않았지만 많은 비가 쏟아지며 안전조치가 필요한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다. 현장 안전조치 85건을 처리했고, 서울 시내에서 인명구조가 필요한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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