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 '마약 음료' 기획 주범 항소심도 징역 23년

집중력 강화 음료로 둔갑한 '마약'…금품 갈취 목적
法 "단순 친구에게 지시한 것이라 볼 수 없어"
1심 재판부 "미성년자 영리도구로 이용" 비판
  • 등록 2024-12-11 오후 2:57:33

    수정 2024-12-11 오후 7:23:52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이 든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여 다수의 미성년자에게 마시게 한 사건의 주범 이모씨(27)가 항소심에서 원심 징역 23년형을 그대로 선고받았다.

(사진=이데일리DB)
서울고법 형사 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11일 오후 이씨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씨의 지시를 받고 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조직원들에게도 원심을 유지하는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수용된다”며 “피고인은 (조직원 지시사항을) 단순히 친구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위로부터 차례대로 범행을 지시한 것이지 친구의 부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없고 원심 선고 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어 양형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지난해 4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지시를 받아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를 가장, 미성년자 13명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제공한 사건이다. 이 중 9명이 실제로 음료를 마셨고 6명은 환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섞은 뒤 학생들에게 제공한 후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가 필로폰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방법으로 금품을 갈취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범행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삼아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를 협박하고 금전을 갈취하려고 치밀하게 기획했다”며 “각자 역할에 따라 계획을 실제 실행에 옮긴 범죄로,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커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실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준 혐의 등을 받는 또다른 주범 길모씨(27)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을 확정받았다.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40)씨와 마약 공급책 박모(37)씨는 각각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42)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길씨 등에 대한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마약 범죄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며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 및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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