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대중 통제에 日·네덜란드 빠진 이유?

일본·네덜란드 규제 전부터 美정부와 수개월간 치밀하게 협상
美대선 전 규제 발표 예상됐으나 늦어져
화웨이 일부 공장·CXMT 등 빠져…"업계 환호"
전문가 "中에 대응할 만한 시간 벌어줘…규제 효과 의문"
  • 등록 2024-12-03 오후 4:07:39

    수정 2024-12-03 오후 4:07:49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반도체 장비 핵심 국가인 일본과 네덜란드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미 해당 국가 자체적으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 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미국은 해당 수출규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양국 간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대중 반도체 규제를 발표했다. 중국 기업 140개를 중국 군 현대화와 연관돼 있다며 제재명단에 추가하고 이들 기업에 첨단반도체와 관련된 장비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외국산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미국과 비슷한 수출 통제를 자체 운영하는 일본과 네덜란드 등 33개 나라는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실제 다수 서방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FDPR를 적용하는 데 있어 일본과 네덜란드와 수개월과 집중적으로 협상을 벌여 보완적인 수출 통제 제도를 수립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이 미국의 수출통제를 채택할 경우 중국이 갈륨과 흑연의 수출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고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월 중국 고위관리들이 최근 일본 측과의 회동에서 반복해서 미국 수출규제에 참가할 경우 경제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반도체장비기업인 도쿄 일렉트로닉을 비롯해,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주요광물들이 수출 금지되면서 도요타 자동차 등 자동차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을 극도로 우려했다.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ASML 역시 일찍히 미국의 정책에 맞춰 대중 수출 규제를 정하며 새로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ASML의 중국 매출 규모는 축소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올해 7~9월 분기 기준 중국 비중은 전체 매출의 47%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기업, 네덜란드 및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그리고 이들 정부를 너무 고려해 예상보다 턱없이 약한 규제조치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 전 이번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웨이의 일부 생산기지나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CXMT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 역시 미국과 일본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CXMT가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이날 일본 반도체 장치 대기업인 코코사이 일렉트릭의 주가는 한때 6%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CXMT는 오는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D램 출하량 기준 업계 3위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CXMT는 HBM 제품의 구형 모델(HBM2)을 이미 양산하고 있고, 규제 대상에 오른 선단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 센터의 디렉터 그레고리 C. 앨런은 “미국이 해야 할 조치에 비해 이번 규제는 약하다”며 중국에 모든 것을 판매하거나 거의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최악의 선택은 중국 차단 의사를 강력히 신호하면서도 허점이 많고 실행이 엉성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협상이 지연되며 결과적으로 중국이 제재 대상 품목을 쌓는 등 충분히 대응할 만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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