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중인 최윤범 회장 측에서는 명분 싸움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향후 주주 표심잡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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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산업기술로 판정받은 기술은 구체적으로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통해 두 분야 기술 판정에 대한 신청서를 지난 9월 제출한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의 산업기술보호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근 판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더라도 해외 매각을 통한 수익 실현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지난 2019년 대한전선의 경우 중국업체 매각설이 대두되자 초고압 케이블 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공작기계를 매각할 당시에도 외국계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두산공작기계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고려아연이 정부에 국가핵심기술을 신청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MBK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서 핵심 국가기간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 회장 측은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앞세워 일반 주주 지지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과 안목, 성장성을 지키고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로서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실 것”이라며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