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경색국면서 존재감 드러내는 러시아

북러 정상회담 임박 징후 관측…비건도 러시아행
트럼프에 ‘연말’ 시한 통보한 金…중·러에 지원 요청 나서나
  • 등록 2019-04-17 오후 3:27:29

    수정 2019-04-17 오후 5:04:2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두달 가까이 답보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가 돌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다음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관찰되는가 하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 대표는 북핵 공조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한-러 전략대화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있는 조현 외교부 1차관은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의 회담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크렘린궁의 앞선 발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비건 특별대표가 17~18일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측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한 방문이라고 밝혔지만 북·러 정상회담이 이르면 다음주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가 대북 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지원군으로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등을 거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북한 경제의 내구성을 보여주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후속 협상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하면서 ‘용단’을 촉구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함과 동시에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로 민생경제에 필수적인 석유와 외화의 유입은 물론 주력 수출품의 판로까지 사실상 모두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 없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우호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량은 지난해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월 약 5976t, 2월 약 4382t의 정유제품을 각각 북한에 이전했다고 보고했다. 두달간약 1만358t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2250t)의 약 4.6배에 달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에 정유제품 약 2만9237t을 수출했다고 보고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1~2월에 작년 수출량의 3분의 1을 넘어선 셈이다.

또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러시아 하원 대표단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가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현지에 계속 체류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안보리가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올해 말까지 모두 송환시키도록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이 북한 민생 경제와 외화벌이의 핵심인 석유와 해외 노동자 수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러시아가 제재의 ‘구멍’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측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방지하는 한편,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로 비핵화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역할을 해줄 것을 설득하기 위해 비건 특별대표를 파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의 모스크바 방문은 6개월 만으로,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첫 러시아 방문이다. 우리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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