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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플법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유럽은 미국의 거대 기업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많은 법을 만들고 있다”며 “산업적 측면을 더 고려해야 우리에게 손해가 없다”고 했다. 또 그는 “규제 방향을 섣불리 설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나무(플랫폼)가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처럼 무서운 나무로 성장할지, ‘아바타’에 나오는 나무처럼 혜택을 주는 나무로 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지치기부터 하면 안 된다”고 비유했다.
최근 공정위는 일부 플랫폼 업체를 정해 사전에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트키퍼’가 데이터를 독점한다고 보고 규제하는 DMA법과 비슷하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도 DMA법과 유사한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큰 국가로 한국을 꼽으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는 미국, 중국에 이어 드물게 전 세계에서 포털, AI 시장에서 경쟁하는 나라”라며 “유럽의 수준에 따라 규제하는 것은 정말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한 4개 국가 중 하나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도 “경제의 모든 지표가 좋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아직 성숙하지 않은 AI 산업에 ‘완전함’을 전제로 한 규제의 잣대를 대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볼 문제”라며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는 대전환의 시대에서 우리를 뒤처지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규제 원칙이 미국과 EU 중 어느 쪽에 가까운 것이 바람직한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조영기 인기협 사무국장도 “이제 초거대 AI는 학술적 영역을 벗어나 사업적 이용을 위해 전 세계에서 극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규제가 사업자 간 균형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초거대 AI 시대에는 구글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이용자 종속성이 강화해 데이터 접근권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최종 이용자의 데이터 이동권은 비개인정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 공유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되, 공유 활성화를 위해 비차별적 동의절차 제공, 익명 처리 등의 의무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이동권이란 개인정보를 받거나 제3자와 공유할 권리를 뜻한다.
김 박사는 “개인정보 이동권을 포함해 데이터 공유제도가 스타트업 등 중소 사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생성에 기여한 자의 접근 이용 공유 권리에 대한 법제화 검토가 필요한 만큼, 데이터 제공 대가와 조건·방식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