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1.85달러까지 하락했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값은 배럴당 57.81달러로 지난 2009년 5월 이후 5년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11월27일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반대하면서 OPEC 원유 생산량 감산이 불발된 이후 유가는 지난 6월 이후 40%가량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떨어질 경우 중동 산유국 가운데 쿠웨이트와 카타르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평균 유가가 60달러를 밑돌아도 재정수지가 균형수준을 맞출 수 있지만, 나머지 중동 산유국들은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국제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평균 8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배럴당 78.3달러, 사우디가 99.0달러였고 이라크와 이란은 각각 111.2달러, 130.5달러여야 재정 수지 균형이 맞았다.
올해 경상수지도 배럴당 60달러일 경우 흑자를 내는 국가는 쿠웨이트(32.9달러)와 카타르(55.9달러) 정도였다. 이란(61.0달러), 사우디(63.5달러), UAE(64.2달러), 바레인(66.6달러)이 배럴당 60달러선을 유지해야 경상수지 균형이 예상됐다.
그나마 중동 산유국들은 나은 편이다. 러시아와 남미 산유국들은 이미 재정 파탄에 직면했다.
원유 수출로 인한 수익이 재정 수입의 50%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러시아 재정수지는 1160억달러, 무역수지는 1470억달러 적자가 예상되며 유가가 30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재정수지는 2500억달러, 무역수지는 260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경제가 악화된 가운데 유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러시아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비중이 급증하는데다 상환 압력도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러시아에서 제2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 수출국인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원유는 베네수엘라 수출의 96%, 정부 수입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 불안 요소에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국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는 지난 6월 이후 네 배 가까이 뛰어 사상 최고인 4152bp를 기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배럴당 117.5 달러에 거래돼야 국가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다.
문제는 이른 시일내 국제 유가가 상승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OPEC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우디는 감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고 사우디를 시작으로 이라크, 쿠웨이트 등은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인하하면서 가격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쳐스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OPEC이 감산하지 않는 이상 유가가 반등을 할 가능성은 낮다”며 “배럴당 60달러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다음 지지선은 58달러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티유 L 후아르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스트레티지스트는 “급격한 재정 악화로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산유국들 스스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