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찾은 전북 김제 두산 연성동박적층판(FCCL)공장에서 김영진 생산팀장은 스마트폰 전자 기판에 부착된 구릿빛의 얇은 금속 소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한 유튜버가 진행한 폴더블폰 내구성 실험에서 해당 제품은 무려 40만회를 접었다 펴는 동안에도 멀쩡해 화제가 됐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폴더블폰 힌지(경첩)에는 두산 FCCL이 전량 들어간다. FCCL은 얇고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하이엔드 동박적층판이다. 김 팀장은 “두산 FCCL은 경쟁사, 특히 중국산 대비 성능이 탁월하다”며 “폴더블폰을 수십만 번 접고 펼 수 있는 것은 우리 제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두산은 1996년 준공한 익산공장에서 FCCL을 생산해 왔다. 올해 9월에는 더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김제에 추가로 공장을 준공했다. 익산공장에서는 동박과 폴리이미드(PI) 필름에 열과 압력을 가해 접합하는 라미네이션 타입을 생산해 왔는데, 이는 제조공정이 복잡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높아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김제공장에는 캐스팅 타입을 추가로 도입했다. 캐스팅 타입은 동박 위에 액체 형태 PI 레진을 코팅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만든다. PI 필름 역할을 하는 레진을 직접 개발해야 해 제조공정 기술 난도가 높지만, 전파 손실이 적고 굴곡도 높은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
이날 시험 가동이 한창인 김제공장에서 캐스팅 타입 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FCCL은 머리카락 굵기인 약 100미크론(㎛·100만분의 1m)의 5분의 1 정도인 24미크론으로 얇다. 먼지 한 톨도 제품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과 관리를 요한다. 머리까지 덮는 전신 방진복과 실내화를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한 뒤 겨우 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공장 벽면 길이만큼 길게 늘어선 설비가 눈을 사로잡았다.
캐스팅 타입 공정은 레진 합성-코팅-큐어-라미네이팅-슬리팅-출하 단계로 나뉜다. 먼저 레진 합성 공정에서는 고객사가 원하는 비율에 맞게 제품 배합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성된 레진을 동박에 입히는 것이 코팅 공정이다. 이 공정의 핵심은 한 라인에서 동박 위에 레진을 총 3번 코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익산공장에서는 한 라인에서 1번 코팅만 가능했다면 이곳에서는 약 80m로 길게 이어진 설비를 통과하며 레진이 동박에 3번 코팅되는 동시에 건조까지 될 수 있도록 했다.
고온에서 건조한 동박은 레진을 굳히기 위해 원적외선을 내뿜는 긴 경화로를 거친다. 거대한 오븐과도 같은 큐어 공정에서 구워진 동박은 섭씨 300도 이상의 고온과 고압으로 압착하는 라미네이팅 공정을 거친 뒤 둥근 롤에 둘둘 말려져 나온다. 최종적으로는 슬리팅 공정에서 고객사가 원하는 크기로 재단해 출하하게 된다.
|
두산의 FCCL 사업 연매출은 약 2000억원 규모다. CCL 전체로는 9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은 조만간 CCL 연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BG사업부에 속한 CCL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에 이어 두산그룹 내 매출 3위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두산은 내년 상반기 내 양산을 목표로 김제공장 시범 생산을 진행 중이다. 김 팀장은 “시범 생산한 제품은 고객사 최종 평가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며 “현재 고객사 퀄 테스트 승인을 준비하는 단계로 품질 테스트가 계획된 업체만 7곳에 달한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FCCL 수요가 늘면서 현재 익산 공장은 24시간 100%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김제공장은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두산은 김제공장에 증설을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폴더블폰 판매량은 올해 약1300만대에서 2028년 약 6900만대로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