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배추 역효과날까?" 배추 대란에 오히려 '혼란' 걱정하는 까닭

치솟는 배추 가격에 정부 "중국서 1100톤 수입"
시장 반응 미지근…체감 효과 제한적일 것
포장김치업체 "국내산 배추만 사용해 영향 無"
농가 재배면적 감소 등 되레 역효과 우려 커
"이상 기후 일반화…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 등록 2024-10-08 오후 4:08:39

    수정 2024-10-08 오후 8:26:55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을 시작하면서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 처방식으로 수입한 중국산 배추가 자칫 국내 배추 소비·생산 기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에게는 배추 수급이 심각하다는 불안감을 줘 국내산 배추에 더욱 몰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농가의 재배 의욕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것도 문제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천비축기지에서 관계자들이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金)배추 현상 지속에…중국서 배추 1100t수입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8794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6937원) 대비 27%, 평년(7428원) 대비 18% 상승한 가격이다. 치솟는 배추 가격에 포장 김치 수요가 몰리며 CJ제일제당(097950), 대상(001680) 등 일부 제품은 여전히 공식 온라인몰에서 품절 상태다. 대형마트에서는 1인 3통 배추 구매 제한 안내문까지 붙었다.

일반적으로 호냉성 채소인 배추는 김장철을 앞두고 9~10월 가격이 오른다. 이후 가을배추가 출하하기 시작하면 가격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상승세가 유독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온이 낮은 산지의 고랭지 배추마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중국산 배추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말 중국산 배추 초도물량 16t을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매주 200t씩 이달까지 모두 1100t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수입량은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수입해 온 중국산 배추는 식자재업체, 외식업체, 수출용 김치업체에 공급되고 가정용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중국의 농산물 위생 관리가 논란이 되면서 중국 배추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어서다. 식당이나 자영업자들도 쉽사리 중국 배추를 쓰기 어렵다. 원산지 표기를 중국으로 바꿔야 하는데 손님의 눈치를 봐야 한다.

포장 김치 업계에서도 중국산 배추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 포장 김치업계 관계자는 “모든 포장 김치 제품에 국내산 배추를 사용하고 있어서 중국산 배추가 들어온다고 해도 수급 환경이 나아지는 등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예전부터 중국 배추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아서 기업간거래(B2B) 회사들도 가급적 국내산을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입 농산물의 악순환…이젠 ‘장기 대책’ 마련 절실

일각에서는 되레 중국산 배추의 역효과를 걱정한다. 국내산 배추에 수요가 더욱 몰리는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해야 할만큼 현재 상황이 극심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비추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위기감에 따른 수요는 가을배추에도 영향을 미쳐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에선 배추 구매를 위한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농가에 미칠 여파도 크다. 정부가 물가 위기 때마다 중국 농산물을 들여올 것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이는 결국 국내 농가의 재배면적 감소로 어어질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도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1996년 1만 793㏊에서 지난해 5242㏊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정부는 이달초 민간 기업도 중국 배추를 수입할 수 있도록 3000t 규모의 운송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수입 농산물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농산물이 국내 농산물 재배면적 감소를 가속화하고 이는 곧 기후 위기때마다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농가와 업계에서는 단기 처방보다 이상 기후 대처 등 장기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괸리학과 교수는 “수입 농산물은 그야말로 단기적인 대책으로 단 1100t의 물량이라도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배추 뿐 아니라 국내 전 농수산물에 걸쳐 기후 위기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젠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처가 아닌 주산지 변화 등 근본적인 이상 기후 대책을 세워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앞으로 ‘배추 대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연내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책은 해발고도를 고려한 작물별 적정 재배지를 찾고 비축 역량을 높이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례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며 “더 과감한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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