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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글로벌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도 사용자 수가 수십 만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게 블록체인, 크립토 솔루션의 한계에요. 우리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경험한 ‘크립토 사용자’를 넘어 일반 사용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지난 14일 본지와 만나 “블록체인이 ‘산업적 임팩트’를 주려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모르는 사람도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뒤집어 말하면 여전히 크립토 사용자만이 블록체인의 가치를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일반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당장의 매출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그라운드X의 목표도 일반 사용자들도 사용하기 쉬운 블록체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제공한다.
100만 가입자 모은 ‘클립’…“일반 사용자 위한 UX 만들 것”
그라운드X가 개발해 카카오톡 안에 집어넣은 가상자산 지갑 ‘클립’은 이런 접근의 연장선상에 있는 서비스다. 클립은 암호화폐(가상화폐)등 다양한 가상자산을 담아 관리하고 유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3월초 50만명을 돌파한 클립의 누적 가입자 수는 약 두 달만에 97만명을 넘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한 대표는 “클립을 어떻게 활성화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클립 안에서 이용자들이 ‘클레이(그라운드X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나 대체불가능토큰(NFT)를 보내는 등의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클립 가입자의 절반 이상(4월말 기준 57.7%)은 2030세대다.
한 대표는 “클립은 뉴스나 소셜 미디어(SNS) 앱처럼 매일 들어올 필요는 없는 유틸리티 앱으로 이용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생태계가 더 많이 구축돼야 한다”며 “클립 안에서 접근할 수 있는 더 많은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내놓고, 더 나아가 NFT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 등을 탑재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라운드X는 이미 지난해 NFT를 통해 연예인 포토 카드를 발행하는 경험을 쌓고 있다. NFT는 쉽게 말해 누구나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NFT·한은 ‘CBDC’ 사업도 정조준
그라운드X는 NFT 사업 자체에 올해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X는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와 기술적 통합을 마쳤다. 클레이튼 기반 NFT를 오픈씨에서 조회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메타버스(가상세계) 사업을 하게 됐을 때, 그라운드X의 NFT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또 하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다. 그라운드X는 조만간 사업 공고가 나올 예정인 한국은행의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벌써 미국 블록체인 기업인 컨센시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라이벌’ 네이버 등의 참여도 예상되고 있어 벌써부터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며 “CBDC가 나오기 전에 참여해 발전 방향을 보면서 민간이 하는 블록체인, 가상자산이 어떻게 진화할지 등을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72년생으로 카이스트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 대표는 2011년 KT에 매각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넥스알을 창업하기도 했다. 이후 퓨처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거쳐 현재 그라운드X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