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27일 중소벤처기업부를 향해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중심에 서서 정부 정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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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2024 글로벌 환경 변화와 중소기업’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수출 지원만이 글로벌화 정책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29일 퇴임을 앞둔 오 원장은 이날 임기 내 마지막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에 이어 특별강연자로 무대에 선 오 원장은 ‘왜 중소벤처기업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오늘 심포지엄을 마지막으로 학교로 돌아간다”며 “무역을 전공하고 글로벌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 입장에서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임명된 후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감개무량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기부나 중소기업계는 아직 글로벌화에 대한 준비가 안 됐다”고 꼬집었다.
중기연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015년 1468개에서 지난해 1646개로 늘었고 관련 예산은 같은 기간 15조2000억원에서 35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보호·육성 방침에서 비롯된 시혜적 지원이 대부분이며 이를 중소기업 협력·경쟁 촉진 지원 사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오 원장의 주장이다.
오 원장은 “제조 중소기업의 91.8%는 내수 중심이며 수출 기업은 8.2%에 그친다”며 “내수 기업 중에서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업은 9.0%, 공공기관은 4.2%에 불과하며 나머지 86.8%가 전부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이 아닌 관습에 의해 납품이 결정되다 보니 수출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기업이 원하는 정책을 자꾸 만들지 말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 기업을 시장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원장은 “정부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해서 산업을 성장시키는 방식에서 시장이 주도해서 기업을 성장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단순 수출에서 나아가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화를 해외에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투자, 기술무역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 원장은 “수출은 매우 지엽적인 개념이며 단순히 수출 지원책을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수출이 늘진 않는다”며 “글로벌화는 자본, 노동, 토지, 기술 등 기업의 생산요소를 무엇이든 외국과 연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다음달부터 동아대로 돌아가 강단에 선다. 그는 중기연을 떠나며 조직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지만 중기연 소속 연구원은 단 한 명도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게 중기연의 현주소이며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