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있는데 교사가 ‘다문화학생’이라고…차별 잘 극복해주길”

정영애 장관, 안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현장 방문
다문화가족 부모·자녀 의견 청취
학령기 다문화가족 자녀 대상 취학준비·진로상담서비스 지원
  • 등록 2022-02-07 오후 3:27:52

    수정 2022-02-07 오후 9:39:2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외국어 이름이 어려웠는지 한 교사가 학생을 ‘다문화 학생’이라고 부르더라.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이런 사소한 행동은 집단폭력이나 따돌림을 심화시킬 것 같다. 교사 양성과정에서 다문화자녀를 배려하는 실체적 방법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

결혼이민자로 2011년 한국국적을 취득해 10살짜리 자녀를 키우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쿨바예바리나(Kulbaeva Rina)씨는 과거 교육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겪었던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차별적 사례를 이렇게 들며 자녀를 학교에 안심하고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중국 출신의 김지아씨 역시 자녀의 진로와 관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차별을 잘 극복하고 당당하게 성장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경기도 안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가진 다문화가족 부모·자녀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다문화 가정 자녀의 차별에 대한 호소를 비롯해 학령기 학업과 진로 등에 대한 애로가 오갔다.

정영애(오른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경기도 안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족 부모·자녀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지난 4일 발표한 ‘학령기 다문화가족 자녀 포용적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가부 제공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학령기에 진입하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학력격차를 줄이고, 이들의 학교적응과 사회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학령기 다문화가족 자녀 포용적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외국인 인구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기존의 다문화가족 자녀의 연령대도 점차 청소년기로 진입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학령기 다문화 자녀에 대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경기도의 한 학교는 다문화 자녀가가 전체 학생의 96.1%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현재 다문화가족 자녀 정책은 미취학 및 중도입국 자녀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학령기의 다문화 자녀 지원은 정책적인 공백이 존재해 왔다.

다문화 자녀는 편견을 비롯한 집단 따돌림과 대학 진학 및 사회진출에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의 국적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다문화 자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윤명호 학생(17세)은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선생님들이 사회시간에 엄마나라 문화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는 것처럼 물어봐 곤란했었다”라고 말했고, 구영찬 학생(16세)은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왔을 때 선생님이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나를 소개하자, 친구들이 거리감을 두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영애 장관은 “교사에 의한 차별을 받았다는 비율은 실제로 높다”며 “교사들의 다문화 인식제고를 위해 2시간의 의무교육은 편견 해소엔 부족하다. 훨씬 더 반차별적 인식을 갖도록 강화해 나갈 것이고, 교육 과정에서도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도록 내실있게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부모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롯해 자녀의 언어교육, 진로 상담 등에 대한 전반적 어려움이 있는 만큼 ‘멘토링’을 통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디나 씨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익숙치 않아서 자녀와 학업이나 진로문제를 놓고 대화하기가 어렵고, 학교 선생님과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다문화 가정 자녀와 대학생 학습지원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문숙현 센터장은 “연세대 멘토링 제도가 높은 호응을 받았는데, 자녀들이 이들 대학생들과 1대1 멘토를 하면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해서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다문화가족 자녀 중 취학 전·후 아동에게 읽기·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습을 지원해 학교적응력을 높이고, 학령기 자녀 대상 진로·취업상담 서비스 등을 신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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