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부행장 ‘하늘의 별따기’…5대銀 '고작 8%'

5대 시중은행 부행장 86명 중 여성 7명
작년보다 2명 늘어…국민銀, 1명→3명
육성프로그램 가동하지만 성과는 미미
각 지주 C레벨 여성임원은 1~3명 수준
“올해 키워드 세대교체, 점차 늘어날 것”
  • 등록 2024-12-31 오후 6:31:12

    수정 2024-12-31 오후 8:40:07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올해 은행권이 1970년대생을 임원으로 전진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한 가운데 5대 은행 여성 부행장 수는 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인사적체 해소와 혁신을 위해 세대교체에 적극적이지만 여성 임원 등용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각 금융지주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점에서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중장기적으로 여성 임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KB국민, 여성 부행장 3명으로 가장 많아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5년 인사 개편 이후 여성 부행장 수는 총 7명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전체 부행장이 86명인 것을 고려할 때 여성 비율은 8.14%에 불과하다. 이 중 KB국민은행 여성 부행장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은 2025년 인사 개편 이후 디지털사업그룹 곽산업 부행장이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으로 이동하고 이수진 기관영업본부장이 준법감시인, 박선현 중앙지역그룹대표가 강북지역영업그룹 부행장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여성 부행장 수가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다른 은행들의 여성 부행장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우리은행은 전체 18명 부행장 중 여성 부행장은 김선 자산관리(WM), 류진현 IT그룹 부행장 등 2명이다. 인사 개편 전에도 2명의 여성 부행장(송현주·정현옥)이 있었다. 다만 부행장 수가 올해 23명에서 내년 18명으로 줄면서 여성 부행장 비율은 높아졌다.

신한·농협은행의 여성 부행장은 소비자보호 담당 박현주(신한), 이민경(농협) 부행장 각 1명이다. 신한은행은 부행장 수가 총 18명, 농협은행은 16명으로 올해와 내년에 변화가 없다. 하나은행은 부행장 수가 18명에서 16명으로 2명 줄어든 가운데 2년 연속 여성 부행장이 한 명도 없다. 부행장은 각 부문 사업을 담당하는 총책임자로 은행원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라는 점에서 ‘은행의 별’이라고 부른다.

각 은행이 1970년생 부행장을 대거 기용한 것과 다르게 여성 부행장 수는 답보 수준이다. 5대 은행에서 여성 부행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5.05%에서 내년 8.14%로 올랐지만 이는 부행장 수가 99명에서 86명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인사 내용을 봐도 여성 부행장을 새로 기용한 것은 국민·우리은행 두 곳뿐이다.

금융지주로 범위를 넓혀봐도 ‘여풍’은 고요하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C-레벨(총책임자) 여성 임원은 그룹별 1~2명에 그친다. 이마저 은행 부행장과 겸직하는 곳도 있어 실질적인 여성 임원 수는 많지 않다. 그나마 은행·지주 사외이사는 최근 몇 년간 여성 이사 비율이 3명 중 1명, 2명 중 1명 수준으로 많아졌다.

여성 은행장 수는 오히려 줄어

여성 은행장 수는 오히려 줄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의 임기 만료로 현재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만 여성 행장이다. 전체 19곳 국내은행 중 2곳만 여성 CEO가 이끌고 있다. 금융지주 또한 DEI 관점에서 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여성 임원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에 각 금융그룹은 여성 리더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KB금융은 ‘WE(Womans Empowerment) STAR’ 제도를 통해 그룹 코칭·개인별 과제·셀프브랜딩 워크샵 등을 제공한다. 2020년 이후 총 181명의 여성 직원이 WE프로그램을 수료했다. 국민은행은 핵심부서에 여성인재를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영업점 PB(프라이빗뱅커)와 개인고객 관련 업무에 편중돼있는 여성 직원의 직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기업금융에서 여성 팀장 비율을 30%로 높이고 팀원 비율은 50% 이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DEI 이행을 위해 여성 경영진(임원·본부장) 비율을 지난해 9.8%에서 2030년까지 15%로, 부서장은 14.9%에서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여성 리더육성 플랫폼 ‘신한 SHeroes’를 출범시켜 7년간 그룹 내 여성리더 331명을 선발·육성했다. 하나금융은 ‘하나 웨이브스’의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총 120명 여성 직원이 리더십·인문학·스피치·디지털 등 전문 교육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여성 신임 부서장 대상 ‘여성 리더십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성 부장·지점장에게 리더십 교육을 제공해 그룹의 차기 여성 리더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또한 기업금융 부문 중간 관리자급 여성 50명 직원을 선발해 ‘NH 여성책임자 RM 레벨업’ CEO 특강을 진행하는 등 여성리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 인사는 공통적으로 197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며 “각 그룹의 여성 리더양성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5~6년이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여성 부행장, 경영진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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