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협박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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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조정래 이영광 안희길)는 22일 협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 국적 왕모(32)씨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협박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왕씨는 지난해 8월 4일 오전 2시 43분경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5일 오후 3시에서 12시 사이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글을 올리고 8초 만에 삭제했으나, 이미 캡처된 글이 인근 대학교 커뮤니티 등에 재차 게시돼 빠르게 퍼져나갔다.
경찰은 해당 플랫폼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을 통해 이튿날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왕씨를 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실제 범행에 쓰일 만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아 살인예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왕씨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한 글을 직접 작성해 올렸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됐다”며 “왕씨가 살인 예고를 고지한 시간에 해당 장소를 방문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면 왕씨도 자신의 게시 행위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점을 잘 알았다”며 “비록 글을 올린 직후 삭제했다고 해도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살인 예고로 인해 경찰들이 배치돼 비상근무를 하는 등 저지른 범행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왕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3년 전부터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국내 체류 기간이 2021년 3월 21일에 만료됐음에도 귀국하지 않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