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하루에 10건씩 들어오던 주문이 3건으로 줄었어요. 알고 보니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에 똑같은 제품이 절반 가격에 올라가 있더라고요.”펫용품 소매업체 대표 이모씨는 26일 줄어드는 주문량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반려동물 전용 식기나 미용기구 등을 중국에서 떼어와 쿠팡,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수년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업체들의 공습으로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입고 있다.
| (사진=각 사) |
|
이씨는 “중국산 제품 수입 과정에서 관세와 부가세, 인증 비용 등을 부담하지만 알테쉬는 중국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1만5000원에 판매 중인 반려동물 가방을 알테쉬에서는 6000원에 파는 등 50%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5~12%에 달하기 때문에 알테쉬 가격에 맞춰 따라갈 수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C커머스 진출이 초기단계지만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고 국내 판매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C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가격 경쟁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몸집을 키울수록 국내 업체들의 설 자리가 좁아져서다. 실제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C커머스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거나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업 및 도·소매업종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직구로 인한 피해 관련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2.9%는 C커머스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47.8%는 아직 영향은 없지만 향후 매출 감소를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곳 중 8곳(80.7%)이 매출하락을 우려하는 셈이다.
피해 유형은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53.1%)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직구 제품의 재판매 피해(40.0%) △지식재산권 침해(34.1%) △국내 인증 준수 기업 역차별 피해(29.1%) △매출 감소(15.0%) 순이다.
| 중국 이커머스 해외직구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 여부. (사진=중소기업중앙회) |
|
중소기업을 위한 해외직구 피해 대책 방향으로는 ‘직구 관련 불법행위 단속 강화’(61.6%)를 1순위로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특허·상표권 침해 제재 강화(42.5%) △국내 인증 의무 강화(42.5%) △중국산 직구 제품에 연간 면세 한도 설정(35.0%) 순으로 응답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직구 관련 기업 피해 대응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C커머스와 역차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대상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온라인 판매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발 해외 직구 플랫폼의 활성화로 인해 상당한 양의 무인증·무관세 제품들이 국내 소비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며 “해외직구에 대해 연간 약 480만원의 누적 면세 한도를 두고 있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1회 구매당 150달러의 면세 한도 제한만 있을 뿐 연간 누적 면세 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주의에 입각한 직구 면세 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국내 인증을 받지 않고 대량 유입되는 직구 제품에 대해 국내법과 인증을 준수하는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역차별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