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외식 물가 급등으로 집밥족이 늘면서 주방가전 업계가 뜻밖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직접 밥을 지어 먹으면서 조리·보관·세척 용도의 주방가전 용품 판매가 부쩍 늘어서다.
| (왼쪽부터)쿠첸의 스테인리스 제품인 트리플 밥솥, 브레인 밥솥, 121 마스터플러스 밥솥. (사진=쿠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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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주방가전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전기오븐과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7%, 11%씩 늘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외식 물가가 ‘집밥 가전’ 매출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개별 주방가전 업체들의 판매량도 증가세다. 쿠첸에 따르면 지난해 스테인리스 밥솥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특히 외식 물가가 급등세를 보인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9% 뛰었다.
신제품도 완판 등 판매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락앤락(115390)이 최근 선보인 ‘미니 김치냉장고’는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다. 32ℓ 용량의 소형 김치냉장고로 1~2인 가구는 물론 늘어난 집밥에 추가 냉장고가 필요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앳홈의 소형가전 브랜드 미닉스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음식물 처리기 ‘더 플렌더’는 수요 확대로 인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진행한 네이버 라이브 방송에서는 1시간 동안 920여대가 팔리며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1분당 7대가 팔린 셈으로 매출은 4억 4000만원을 달성했다.
업계는 외식 물가 부담으로 당분간 판매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직전년보다 6% 상승해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어 집밥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특수가 업계 실적 개선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주방가전 업체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난 2020년 사상 최대 매출을 내는 등 반사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올해는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한 만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방가전 용품 수요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밥솥 등 조리에 반드시 필요한 주방기구뿐 아니라 음식물 처리기 등 소형가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구매를 미루고 있던 잠재고객의 수요가 집밥 확대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