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가계부채를 잡으려는 금융당국이 오락가락 대출 정책과 발언 등으로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금융위원장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발언들이 ‘관치 논란’을 일으키고 부동산 시장에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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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연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을 재차 명확히 한 것이다. 이날 브리핑은 원래 예정에 없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해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급하게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축소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나온 금감원장의 발언 등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비판이 불거지자 금융당국 수장이 수습에 나섰다는 평가다.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자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25일 “금리를 올리는 건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 직후 은행들은 만기와 한도를 축소하고, 유주택자 대출 규제를 쏟아냈다. 조치가 제각각이다보니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이 원장은 지난 4일 다시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대출 규제 강도가 완화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되면서 금융권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 세게 개입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곧장 ‘관치 금융’ 지적도 불러왔다.
상황이 이렇자 김 위원장은 이날 “단편적으로 보면 어느 부분이 강조되는지에 따라 메시지가 충돌하거나 혼선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체 흐름으로 보면 금감원장이 말한거나, 저와 금감원에서 인식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관련 메시지를 내는 데 있어서 지금 말씀드린 기조 하에서 나가도록 조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도 이 원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은행 자율’을 강조한 점이 “더 센 개입”을 언급한 이 원장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 등이 ‘정책 실패’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는 소상공인 채무 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고려해 그 당시 가장 바람직한 정책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정책 실패라는 평가에는 견해가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투기적 수요를 줄이는 조치를 하고 있어 2단계 시행 효과와 합치면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관리 수단을 과감히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춰 실수요자 보호 방안 등을 찾기 위해 다음 주부터 매주 실무자 회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