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 연금 환 헤지 물량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6원 오른 1458.6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59.6원) 기준으로는 1.0원 내렸다. 개장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환율은 1460.5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후 상승 폭을 좁히면서 1450원대로 내려왔다. 오전 11시 21분께는 1455.0원의 보합까지 하락했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새로운 관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본격 취임후 글로벌 무역 분쟁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달러화는 강세다. 달러인덱스는 8일(현지시간) 저녁 10시 23분 기준 108.96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109를 넘나들고 있다.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주부터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가 시작되면서 이날도 외환시장에선 장중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 압력으로 인한 환율 상승을 연금의 환 헤지 물량으로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이 환 헤지 실행하면서 확실히 달러 공급이 많아졌다”며 “전략적 환 헤지는 1분기에 집중될 것이고, 환율 상승 국면마다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상단을 제한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000억원대를 순매수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선 400억원대를 순매도하고 있다.
|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좌관들은 모든 국가에 적용하되 주요 수입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환율은 1440원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경제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며 관세 의지를 꺾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화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다. 트럼프는 1기 재임기간인 2019년에도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남부 일부 지역에 국가경제 비상 사태 선포를 고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해당 지역 기업인단체 등의 소송으로 실제로 선포한 적은 없다.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관세 불확실성의 불씨는 꺼지지 않으면서 환율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 중에 언급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대만, 독일”이라며 “대만은 반도체 때문에 미국이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한국에 대한 관세 발언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셀 거 같다”고 전망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취임일이 다가오며 심리적 불안감이 달러화 강세를 더욱 자극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심리는 역내외 달러 매수 심리를 부추겨 환율의 상승을 자극할 재료”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