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기업, `땅 많은 게 죄?`…소액주주와 진실공방 `시끌`

소액주주 “자산가치 높은데 회사가 막고 있다" 단체행동
회사 "근거없는 소문에 경영권 휘청..일반투자자 피해 우려"
  • 등록 2015-09-02 오후 5:20:16

    수정 2015-09-02 오후 6:14:42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100년 전통의 기업인 성창기업지주(000180)(이하 성창기업)이 소액주주와의 공방전으로 시끄럽다. 소액주주들은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충분히 주가 부양이 가능한데 회사를 이를 덮어두고 있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소액주주들이 근거없는 소문으로 경영을 흔든다고 맞선다. 소액주주가 선출한 감사 임명을 두고 양쪽이 소송전까지 치닫고 있다.

성창기업은 1916년 목재를 판매하던 성창상점을 뿌리로 한 목재업체다. 내년이 창립 100주년이다.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성창기업·성창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고 공장 등 보유한 자산이 많아 전형적인 자산주로 꼽힌다. 바로 이처럼 막대한 회사 보유 자산이 불씨가 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회사 보유 자산은 부산 다대포 지역 본사 부지(약 14만6000㎡), 거제 장승포 유원지(38만㎡), 동래금강식물원(2만1000㎡) 등이다. 일부 주주들은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보다 장부가액이 크게 낮아 자산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대포 부지의 현재 장부가는 1450억원 가량이다. 바닷가에 위치한데다 내년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개통 호재 때문에 실제 시세는 장부가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것. 거제 지역에 체류형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장승포 유원지 사업 역시 성창기업이 시행자로 지정될 전망이다. 실제 개발되면 자산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래금강식물원도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 개발 압력이 높다고 강조한다.

증권사 보고서 등에서 보유 자산이 언급된 이후 성창기업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해말 2만원 이하였던 주가는 올 7월 4만원대까지 올랐다. 지금은 다시 2만9000원선으로 떨어졌다. 주주들은 회사가 왜 자산 재평가를 미루고 있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엄연한 주주권리 훼손이라는 것이다. 회사에 대한 소액주주 불신은 올 3월 정기총회에서 단체행동으로 이어졌고 주주제안을 통해 김택환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김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주주 요구에도 회사가 기업설명회 한번 열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성창기업은 자산 재평가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히려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창기업 주식 담당자는 “2008년 물적 분할 당시 이미 자산 재평가를 완료해 다른 기업보다 오히려 주기가 짧다”며 “주주 요구만으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해봐야 많은 비용을 들일 뿐 주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큰 가치 상승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다대포 지역의 경우 장부가액이 2015년 기준 공시지가(1119억원)보다도 30% 높은 수준이다. 보통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기는 하지만 인근 지역의 지가 상승률을 적용해도 16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장승유원지 개발 역시 사업 시행 이전 단계로 이익을 따지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행자로 선정돼도 나머지 부지인 국공유지와 사유지 26만5000여㎡를 사들여야 한다. 동래금강식물원 역시 소유 부지는 약 11%에 그치고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이용에 제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산가치를 두고 벌어진 진실 공방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소액주주를 대표해 성창기업 감사로 선임된 김씨에 대해 회사는 ‘비정상적인 주식거래 행태 및 기타선관주의 의무’ 등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며 임용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김씨가 부산지방법원에 감사지위확인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1심에서 가처분이 기각됐고 김씨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회사 경영이나 투자자들에게는 이롭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측은 자산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면 결국 선량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소액주주들과 소통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며 “경영과 무관한 논쟁에 휘말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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