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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변호사의 이러한 통찰은 한센인 국가배상 사건, 삼성그룹 사건, SK그룹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컸던 대형 사건들을 다수 다루며 얻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유 변호사는 이를 ‘억울함’에 대한 고찰로 풀어냈다.
그는 부장판사 시절 억울함의 본질을 분석해 ‘우리는 왜 억울한가’(2016년 출간)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판사 생활을 할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억울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그러나 당사자가 억울함을 느낀다고 해서 그 억울함이 모두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억울함이 있는 반면 자신이 잘못 생각해서 억울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러한 형사법 과잉화의 배경에는 수사기관의 당사자화 현상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유 변호사는 분석했다. 그는 “일반 형사부 검사는 혐의의 유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대체로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그런데 특수부나 공안부에서 인지 사건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형 사건이나 특수 수사 분야에서 수사기관의 객관성 상실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사건들을 처리해온 판사로서 그가 겪은 고충은 재판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20년과 202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이 뽑은 최우수법관에 선정됐던 유 변호사는 재판의 양적 처리와 질적 공정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간혹 하루에 50건 이상 선고를 하는 판사들의 사례를 전해 듣기도 한다”며 “이러면 당사자들은 판사들이 서면을 읽어보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생각해 법원 판단에 불만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사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숙고한 판단들을 하루에 몰아서 선고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공정하게 보이는 것,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드러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사 시절 다짐했던 것 중 한가지만 꼽자면 ‘절대 결론을 미리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모든 주장과 증거를 다 살펴본 다음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생각하니 당사자의 말을 훨씬 더 경청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변호사가 되어보니 단지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하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른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런 점에서 변호사로서의 업무도 흥미롭고 나름의 사명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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