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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내년 자금조달환경은 하나은행에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에 비해 은행채 만기 도래 규모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수금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하나은행 은행채 만기 도래 규모는 8조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12조7000억원), 국민은행(11조4700억원), 우리은행(10조1000억원) 대비 물량이 많지 않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채권을 뜻하며 은행 유동성의 일부를 담당한다.
또 다른 유동성 수혈 축인 예수금 면에서도 하나은행의 상황은 다른 은행보다 낫다. 작년 말 344조705억원이었던 하나은행 예수금은 올해 3분기 352조2769억원으로 8조2064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5조873억원, 7728억원 늘어나고 우리은행이 5조5405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눈에 띈다. 통상 은행권은 예수금을 통해 유동성을 80% 이상 공급받는다. 은행채 대비 금리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하나은행의 이자비용은 작년 3분기 3조2099억원에서 올 3분기 8조2417억원으로 15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3조1852억원에서 8조4330억원으로 164.8%, 우리은행은 2조9607억원에서 7조4679억원으로 152.2%, 신한은행은 3조3078억원에서 8조2080억원으로 148.1% 늘어났다. 고금리로 채권 이자 비용이 증가해서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시장에서 충분히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시장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수금 증가는 향후 시장금리 추세에 따라 비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작년 7월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하한을 95%로 정했으며 이를 내년 6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LCR은 30일 이내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은행 LCR을 100%에서 85%로 낮췄다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다. 올 3분기 LCR은 국민은행 102.1%, 하나은행 100.8%, 우리은행 100.5%, 신한은행 100.5%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