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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모바일 분석·조사업체 포멀하우트 테크노솔루션즈와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가 작년 12월 판매한 보급형 5G 스마트폰 ‘X30’을 분해하고, 각 부품의 추정 원가를 토대로 국가·지역별 점유율을 산출해 21일 공개했다. 아너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2020년 11월 분사한 스마트폰 브랜드다.
X30의 전체 부품 가격은 총 217달러(약 27만원)로 미국산 부품 가격이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화웨이가 2020년 봄에 출시한 ‘30S’ 모델의 10%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특히 메인 반도체와 5G 통신 반도체, 전원제어용 반도체 등 핵심 부품들이 중국제에서 미국제로 바뀌었다. 30S에선 화웨이 산하 하이실리콘이 생산한 반도체를 사용했으나, X30에서는 미국 퀄컴제로 대체됐다.
미국 다음으로는 일본 부품 점유율이 약 16%로 높았다. 소니그룹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 무라타 제작소, 다이오유덴(太陽誘電), TDK 등이 통신용 부품에서 점유율을 늘렸다.
한국산 부품은 30S에선 9.9%를 차지했으나, X30에선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메모리가 삼성전자에서 미국 마이크론 제품으로 대체된 탓이다.
닛케이는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 이후 중국이 반도체 등 부품 조달의 내수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고성능 스마트폰의 경우 필요한 부품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2020년 9월에는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미국의 기술, 장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한 경우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닛케이는 핵심 부품 비중을 감안하면 “아너가 성장할수록 중국 스마트폰 산업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아너 외에도 샤오미, 오포 등 많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샤오미가 2021년 발매한 접이식 스마트폰 ‘샤오미 미믹스폴드’(MiMixFold)는 원가 기준 미 부품 비중이 26%로 집계됐다. 오포의 ‘레노6프로 플러스’(Reno6Pro+)에선 미 부품이 31%를 차지했다.
한편 아너는 최신 모델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적용했다. 화웨이는 미 제재 이후 자체 OS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구글의 세계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만큼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닛케이는 “앞으로도 반도체와 OS는 중국의 스마트폰 산업 내수화 전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