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알뜰폰·배달앱 ‘만성 적자’…위기의 비금융사업

국민은행 알뜰폰, 5년간 적자 605억원…점유율도 후퇴
신한은행 배달앱, 영업손실에도 정식 서비스 전환 추진
“은행권 자체 플랫폼 경쟁력 갖춰 사업지속성 확보해야”
  • 등록 2024-10-08 오후 3:05:29

    수정 2024-10-08 오후 3:05:29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은행권이 비금융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리브모바일’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도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상생배달앱 ‘땡겨요’는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정식사업자를 위한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5년간 605억원의 손실을 보면서까지 알뜰폰 고객유치에 나섰음에도 시장점유율은 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KB리브모바일의 영업 손실액은 2019년 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84억원, 2022년 160억원, 2023년 113억원으로 5년간 총 적자가 605억원이었다.

은행 측은 알뜰폰 사업 주요 투자 비용으로 통신시스템 구축비 189억원, 고객센터 인건비 202억원, 내부 인건비 186억원 등 577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인건비(388억원)가 시스템 구축비보다 2배 더 많다.

국민은행은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알뜰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3월 금융·통신을 결합한 차별화된 서비스, 소비자 편익 증대, 가계통신비 절감 목적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사업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KB리브모바일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 2021년 3.7%, 2022년 5.3%, 2023년 4.8%로 5%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022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또 작년 10월에는 국민은행이 알뜰폰 회원가입 과정에서 개인들의 인터넷 접속정보 6억6000만건을 과도하게 수집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20만원과 개선권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상생배달앱 ‘땡겨요’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서비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땡겨요는 2020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2022년 재심사에 통과해 올해 말 기한이 만료된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 9월 13일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 규제개선 요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규제개선 요청 신청이란 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사업의 혁신성,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서비스 지정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규제당국에 규제정비를 요청하는 절차다. 정식 사업 승인 전초 단계인 부수업무로 지정받기 위한 사전절차다.

땡겨요는 상생 배달앱이라는 출범 취지에 따라 가맹점에게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업계 최저 수준인 중개 수수료율 2%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땡겨요의 사업 방향성이 ‘이익’보다는 ‘상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적자가 이어지는 현실에 내부에서는 사업부를 계속 안고 갈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이 깊다는 후문이다. 땡겨요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 만든 업적인만큼, 해당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적잖다.

땡겨요의 회원수는 9월 기준 약 365만명이며 가맹점 수는 17만3000개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모바일인덱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73만8000명이다. 지난해 이용자 수가 30만명대로 주저앉기도 했으나 현재는 70만명대를 회복한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금융서비스도 결국은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은행권의 자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갖춰야 사업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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