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기·러우전쟁·고환율’…벼랑끝 韓석화·철강 반등, 3대 변수

中석화, 값싼 러시아산 원료로 ‘가격 우위’
종전 시 韓 ‘러시아산 수입 재개’ 가능성↑
中 부동산 시장 침체…철강 과잉 공급 지속
1450원 강달러 행진도 변수 “상황 예의주시”
  • 등록 2024-12-26 오후 4:48:48

    수정 2024-12-26 오후 7:15:07

[이데일리 김성진 김은경 기자]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의 내년 업황은 중국의 경기 회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등 대외 변수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종결되고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극심한 저가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 문제도 해결될 거란 기대감에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러·우 전쟁으로 여러 국가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동안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받아 쓰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1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1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14%)는 2위로 밀려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값싼 러시아산 원료 수입 길이 막히면서 지난 3년여간 제품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 직전까지 한국의 압도적인 납사(석유화학 기초 연료) 수입국 1위를 차지했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26%에 달했던 한국의 러시아산 납사 수입 비중은 2022년 7%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0%대를 기록 중이다. 한국이 수입한 러시아 납사는 다른 지역 대비 톤(t)당 30~40달러 저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전경.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트럼프 2기를 맞아 러·우 전쟁 종전에 따른 업황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다. 러시아 제재가 완화되면 저렴한 러시아산 원료를 받아쓰는 중국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한국 업체들은 러시아산 납사 조달을 재개해 원가 열위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예고한 강력한 경기부양책도 업황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중국 경기침체와도 긴밀하게 연관됐다. 2020년부터 잇달아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나선 중국은 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했지만, 이후 경기 침체에 빠지며 공급과잉을 일으켰다. 경기부양책으로 내수가 되살아나면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 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부동산 경기는 전 세계 철강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부동산 시장 자체가 타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보니 신규 건축에 사용되는 철강의 양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은 10억1900만톤(t)을 생산한 중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철강 생산량(18억8820만t)의 54%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11월까지 중국 부동산 투자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 하락했으며, 신규착공면적 증가율은 23%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근 급등한 환율은 변수다. 대부분 철강재 생산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높을수록 원재료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4.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6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를 활용해 달러 강세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내추럴 헤지란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이례적인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재무 조직에서 환율 변동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으며, 현대제철 관계자는 “급등한 원재료 가격을 판매가격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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