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법의 역설…몸값 높아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

한 달 새 美加 주지사 4명 잇따라 방한
韓배터리 업체, 주(州) 유치 경쟁 치열
완성차 업체 포드 짐 팔리 CEO도 방한
LG엔솔·SK온 만나 '배터리 공조 강화'
  • 등록 2022-09-20 오후 3:40:58

    수정 2022-09-20 오후 9:28:47

[이데일리 박민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북미 주지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하며 국내 배터리 업체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IRA로 배터리·전기차 업체의 북미 진출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동네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선제 구애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 역시 국내 배터리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한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공조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윤호(오른쪽에서 첫번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이 삼성SDI 천안사업장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성SDI)
한 달 새 북미 주지사 4명 방한 잇따라

20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북미 지역 주지사만 4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은 북미(미국·캐나다)산 전기차와 배터리에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IRA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과 광물 수급 등이 중요해진 만큼 한국 배터리 관련 업체들을 직접 만나 투자를 독려하며 자신들의 주(州)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말 방한한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는 삼성SDI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걸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서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비슷한 시기 방한한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 주지사도 포스코와 만나 앨버타주에 매장된 리튬 염호 등에 대한 자원개발을 논의했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이달 들어서도 북미 주지사들의 방한은 계속됐다.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는 LG에너지솔루션을 찾아 주(州) 정부 차원의 직·간접적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올해 초만 해도 애리조나주에서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 설립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여파로 투자 잠정 보류에 들어갔다. 그러다 최근 IRA 등 투자 여건 변화로 재추진을 논의 중이다.

이달 13일 한국을 찾아 21일까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메릴랜드에서 경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협약과 소통을 이어나가겠다”며 한국 기업의 메릴랜드 현지 유치를 피력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계를 향한 북미 지방 정부들의 뜨거운 구애는 내년 IRA 시행을 앞두고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RA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에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과 수급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내년부터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일정 비율(2023년 40%→2027년 80%) 조달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2023년 50%→2029년 100%)도 북미산을 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IRA 법안이 사실상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성격이 큰 만큼 북미 정계 인사들이 중국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북미 주지사들의 한국 배터리 업체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CEO도 이주 방한, LG엔솔·SK온 만나

북미 주지사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현지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완성차업체 포드의 짐 팔리 CEO(최고경영자)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각각 만날 예정이다. 기존의 배터리 사업 협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IRA 시행에 따른 광물·부품 요건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짐 팔리 포드 CEO(최고경영자). (사진=포드)
업계 관계자는 “포드는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중국산 광물·부품 의존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낮추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광물·부품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미국 재무부에 최대한 자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게 포드의 전략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포드의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차) 머스탱 마하-E와 전기 상용차 E-트랜짓에, SK온은 포드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과 E-트랜짓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팔리 CEO는 이번 방한에서 미국 현지에서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배터리 공장 신·증설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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