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포스코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고자 약 20조원을 투입해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지원은 주요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 부과에 앞서 유럽이 국가주도 저탄소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 철강산업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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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녹색 철강의 미래, 수소환원제철’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가 개발 중인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기술 개발 및 설비 전환 비용으로 2050년까지 20조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현재까지 확정된 정부 지원 예산은 269억원(2023~2025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저탄소 철강 생산을 위한 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약 40조원, 이 중 하이렉스에 2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그룹의 철강 부문 투입 예산만 4조5000억원이다. 포스코는 오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t(톤)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준공하고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 기술개발을 마친단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스크랩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저탄소 쇳물),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해 사용하는 ‘하이큐브’를 통해 탈탄소 미래 투자를 확대한단 방침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쇳물 생산 과정에서 고온으로 가열한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유연탄과 비교해 수소를 환원가스로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배출돼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필수적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최근 10년 철강산업의 석탄 원료 의존도는 75%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친환경 투자 속도를 높인다. 사진은 지난 2월 진행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로 착공식. /사진=포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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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포스코의 하이렉스는 유럽 등 해외 철강사들이 개발 중인 ‘샤프트 환원로’ 방식과 비교해 상용화 시기가 최소 5년 이상 느리다는 점이다. 가장 빠른 스웨덴은 2025년부터 상용 생산을 시작한단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철강 및 알루미늄 넷제로 배출 가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을 중심으로 2030년 약 12%의 무공해 철강이 공급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이 고품위 철광석 펠릿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조달이 쉬운 철광석을 그대로 투입하기 때문에 기술 수준이 더 높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주요국들은 국가 주도 보조금을 통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일본은 제철 수소활용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우리의 15배인 4499억엔 (약 4조491억원)을, 이 중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만 1677억엔(1조509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의 52%를 생산하는 독일은 약 38배(약 10조2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미국도 수소 프로젝트 10억달러(1조3400억원)를 포함해 철강 산업 탈탄소 프로젝트에 최대 15억달러(약 2조100억원)를 투자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예산액으로 약 2685억원을 편성하는데 그치고, 이 중 90%는 현존 설비 개선에 배정됐다. 당초 예산 편성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제시된 총 8000억원의 금액 가운데 2026년 이후 실증 프로젝트 예산이 배제되면서 신규 설비 전환은 26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권영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협정(GSSA) 등 세계적 탄소국경 관세가 부과되는 추세에서 유럽식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계획대로 상용화하면 세계 1위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