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핵심 역량과 직결되는 SI 사업을 외부 기업에 내놓았다가 자칫 영업 기밀이 유출되는 등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T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공공 IT시장 진입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민간 시장까지 규제가 확대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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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준수라지만 기업들은 부담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IT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급식·물류에 이어 IT서비스 분야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 기업과 ‘상생’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최근까지 삼성SDS·LG CNS 등 IT서비스 기업과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발주 기업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께 자율준수 기준 초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자율’ 준수 기준이라고 하지만, IT서비스 기업들은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을 규제로 받아들이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IT서비스 기업이 구축하는 국내 주력 기업의 IT시스템에는 핵심 영업 기밀이나 노하우까지도 담긴다는 점에서 단순 서비스 성격을 가진 급식 등과 달리 외부 기업에 맡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 ‘외부에 개방할 만한 건 이미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IT서비스 업계 임원은 “(자율 규제라고 하지만) 일단 규제가 만들어지고 나면 준수 여부가 평가될 수밖에 없고,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비판도 따라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반도체, 배터리, 5세대 이동통신(5G) 등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운다며 도와주는데, 공정위 규제는 시대 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공공 부문도 막혔는데…“차라리 전산실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 산업협회장은 “공공 시장 진입을 막아놓고선 내부 일감까지 개방해 외부 사업만 남게 된다면 IT서비스 기업들은 말라죽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도 “공공 사업 참여는 제한해놓고, 내부 일감은 개방하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일자리 창출 등 대기업의 순기능까지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만한게 IT서비스’ ‘차라리 IT서비스 기업을 없애고 옛날처럼 각 기업의 전산실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공정위가 SI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먹거리’에서 IT서비스는 별개로 보고 있다”며 “IT서비스의 가치를 모르고 규제부터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