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 금값 더 오른다는데…패러다임 바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국금센터 "금값 패러다임 바뀌어…내년 3000弗 갈 수도"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6년여 만에 두 배 상승
실질금리·기대인플레 등 전통변수 요인 약화
중앙은행 매입·세계 질서 전환 등 요인 강화
  • 등록 2024-07-29 오후 5:06:22

    수정 2024-07-29 오후 9:45:47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국제 금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질금리, 기대인플레이션, 미 달러화 등 금값을 결정했던 전통 변수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주요 해외투자은행(IB)들은 강세장이 지속되면서 내년 중 금값이 온스당 최대 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바(사진=게티이미지)
29일 국제금융센터(국금센터)는 ‘국제 금 가격 강세 장기화와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온스당 2467.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장기 상승국면이 시작된 2018년 10월 이후 6년여 만에 두 배(102%) 이상 상승한 것이다.

국금센터는 이번 금시장 상승장을 실질금리, 기대인플레이션, 미 달러화, 경기전망 등 전통변수보다는 그간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했던 요인이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매입이 금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해석됐다. 중앙은행의 매입은 전통변수 중 하나이지만, 최근 공격적 매입 형태를 나타내며 금 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확대되는 추세다. 중앙은행들은 미국의 재정상황 악화와 정부부채 증가, 달러화 신뢰도 약화, 미국 국채시장 불안 등으로 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신흥국들은 러시아 제재 이후 달러화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중앙은행 매입이 전체 금 수요에 차지하는 비중은 2011~2021년 연평균 11% 정도 그쳤으나, 2022년~2023년엔 23%로 급등했다. 최근 2년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는 1000톤(t)을 넘었다.

다극화 세계 질서 전환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도 금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중동 사태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세계 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재편되면 향후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 안전자산인 금 수요 증가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국금센터는 주요 IB들은 전통적 요인 영향력 약화 속에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지속과 안전자산·투자 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에 기인해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IB들은 금 가격이 연말 2500~2700달러로 상승하고 내년에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IB들은 투기자금 유입이 확대될 경우 내년 중 최대 3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출처=국제금융센터


국금센터는 금 가격의 전통변수와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는 국제 금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금 가격 움직임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있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국금센터는 보고서에서 “최근 금 가격 강세를 이끄는 변수들을 감안하면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금은 신흥국 중앙은행 보유자산과 투자자산으로서 역할이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금 가격 상승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 증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패러다임 전환으로 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 방식으로의 적정 가치 산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고평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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