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한국인들은 감정에 인색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중년 남성의 경우 더욱더 그렇다. 사랑하는 아내나 자녀들에게 제대로 “사랑한다”는 말도 잘 못한다.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은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지 꼭 표현해야 아느냐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정신상담 전문가들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문제 가정을 보면 대화 부족 등 표현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이튿날부터 나흘 연속으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일정도 재조정하며 연일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윤 대통령이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빈소와 합동분향소 조문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매일 조문은 가는데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다. 생때같은 150여명의 젊은 생명이 사고로 사라져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응당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로 사과를 해 달라는 것이다. 아픈 국민들의 마음을 대통령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말로 표현해 달라는 것이다.
모 정치인이 얘기한 것처럼 대통령의 조문 자체가 사과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대통령이 진심으로 이번 참사에 대해 애도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와 상처받은 유가족, 부상자,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 원수가 하는 진정 어린 따뜻한 사과의 말 한마디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후 나흘 연속으로 합동분향소를 찾은 윤 대통령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용현 경호처장, 이재명 부대변인과 함께 조문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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