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행하는 대출금리에 당국 눈치만 보는 은행

  • 등록 2024-08-05 오후 5:25:54

    수정 2024-08-05 오후 7:18:3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최근 예금 금리를 0.2%~0.35%포인트 낮췄다. 예금 금리를 낮춘 이유는 시장 상황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 인하의 기대감은 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에 이미 반영됐다.

그럼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는 시장 상황만 본다면 비논리적이다. 주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로 지난달부터 3~4차례 연속으로 올랐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내린 이유가 시장이었다면 대출금리를 올린 이유는 금융당국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해서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15조 7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23조원이 넘게 급증했다. 이 중 지난 7월 한 달만 7조원 가량이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난 6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주담대 대출 규모가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계대출은 당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 금융당국은 다음 달 시행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2단계를 시행하면 연봉 5000만원인 차주가 40년 만기의 주담대를 받을 시 2000만원가량 대출한도가 줄 것이란 예측이다. 대출은 한도와 금리로 수요 조절을 하는 만큼 한도가 줄어들면 대출도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다. 이 때문에 DSR 2단계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다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10억짜리 집을 사는데 2000만원 한도 줄었다고 포기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 없이 한도와 금리로 가계대출을 조절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예금금리에 역행한 대출금리 탓에 은행으로서도 난감하다. 예대마진만 키워 이자 장사로 배만 불린다는 원색적인 비판이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이를 피할 수도 없다.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을 눈치 봐야 하는 은행은 오늘도 피곤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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