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美대선’ 앞두고 약세…정유사 실적 악화 불가피

정제마진 1분기 11.1→2분기 5.1 ‘반토막’
‘드라이빙 시즌’ 전 성수기 진입 효과 무색
바이든 정부, 대선 앞두고 100만배럴 방출
아프리카 신규 설비 가동…중국 생산 늘려
  • 등록 2024-07-16 오후 3:43:45

    수정 2024-07-16 오후 7:06:3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유업계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올해 2분기 약세를 나타내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계절적인 성수기에 진입하는 시기임에도 대선정국을 들어선 미국의 물가안정 정책이 정제마진 하방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5.1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평균 11.1달러로 강세를 나타냈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54.1% 감소하며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운임·동력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본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수익이 악화한다는 뜻이다. 2분기 평균은 손익분기점과 맞닿아 있어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된다.

2분기 정제마진 하락은 아프리카 최대 재벌인 나이지리아 당고테 그룹이 최근 라고스 인근 레키 자유무역지대에 하루 65만배럴 규모의 정유 공장을 준공하며 신규 정제설비 상업 가동을 시작했고 중국과 인도 역시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 부담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휘발유 가격 약세가 정제마진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통상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하는 만큼 휘발유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정제마진 상승을 견인해 주지만, 올해는 성수기 효과가 무색할 만큼 지지부진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국 내 수요가 전년 대비 약화한 데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물가 안정화를 위해 100만배럴의 휘발유 비축유를 방출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기준 미국 휘발유 재고는 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며 과거 5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405억원으로 전분기(5862억원) 대비 24.9% 감소가 예상된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250억원으로 전분기(4541억원) 대비 50.5% 감소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사진=에쓰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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