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표 혁신안, 실효성 발휘할 수 있을까[현장에서]

자회사 인사권 이관, KB·신한·하나서 이미 시행중
전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개인정보 제공 의문
  • 등록 2024-10-11 오후 1:52:05

    수정 2024-10-14 오전 8:31:5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약속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한 내부혁신을 강조하며 나온 방안이다.

임 회장은 이외에도 그룹사 전 임원들의 친인척 신용정보를 받아 시스템에 등록하고, 다중 검증체계를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임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 동의를 얻어 등록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임원 친인척 대출 취급시 더 엄격하게 (심사를)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대출불가를 예고했다.

아울러 우리금융그룹은 또 경영진에 대한 감시 감독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만들고 지주사엔 윤리경영실도 만들어 법조·회계분야 전문가를 책임자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내부 횡령 등을 감시하는 조직인 여신감리부를 본부로 격상시킬 방침이다.

임 회장의 혁신안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자회사 인사권 포기’다. 인사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려놓는 것으로 ‘황제회장’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혁신안의 핵심인 자회사 인사권 포기가 혁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미 다른 유력 금융지주사들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임원 인사권을 자회사로 넘겼다. 2020년 신한금융은 지주사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가진 자회사 부사장(보), 부행장(보) 인사권을 각 자회사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2018년 자회사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자경위 후보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고, 같은 해 자회사 본부장, 상무급 임원 및 감사 업무 담당 임원 인사권을 이관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4년이 지난 이제서야 같은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치가 부당대출 의혹이 터진 뒤에 나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해 1년 7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작년 7월 ‘내부통제 혁신안’을 발표하며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인사권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가 필수지만, 과연 얼마나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도 가족들이 개인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제출되지 않는 시대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임원 배우자와 자녀 외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번 부당대출건의 주범이 손 전 회장의 처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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