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중국의 내구재 소비 회복에 힘입어 석유화학사들이 모처럼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새 상품교체)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로 풀이된다.
|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여수시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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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고부가합성수지(ABS)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LG화학이 해당 제품 생산공장 가동률을 모처럼 90%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1분기 80.5%로 지난해 연간 가동률 75.9%에 비해선 회복된 상태이지만 90%를 훌쩍 웃돈 2019~202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상태다.
LG화학 관계자는 “여타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공장의 가동률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ABS 생산공장은 계절적 성수기와 중국 정책 등에 힘입어 90%에 육박해 있다”라고 했다. LG화학은 중국 저장성과 후이저우 생산공장과 국내 여수에서 연 230만톤의 ABS 생산캐파를 확보하고 있다.
ABS는 자동차와 백색가전 등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으로, 중국 소비 시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ABS의 대체제인 ARA(아크릴로니트릴 스티렌 아크릴레이트) 시장에서도 지난달 한국 제품 가격 인상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가격 급등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은 ‘소비재 이구환신 촉진 행동 방안’을 내놓고 중고차와 가전제품 등을 교체하는 소비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중국 소비 부진이 2분기 들어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5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이 다운스트림 수요 회복에 기인한 만큼 나프타생산시설(NCC) 업체의 마진(스프레드)은 3개월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NCC 업체의 1톤당 스프레드는 6월 첫주 기준 279달러를 기록했다. 4월 258달러, 5월 266달러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황규원 연구원은 “6월 비수기임에도 스프레드 회복세가 이어지는 것은 특이하다”고 했다.
다만 공급 누적 심화로 장기화하고 있는 불황의 추세 전환으로 평가하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높다. 원재료 확보 경쟁력을 가진 중동 정유업체들이 120조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석유화학 제품 공급증설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중국보다 더 저렴한 제품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2025년 회복세를 예상했던 증권사들도 회복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전망을 수정한 바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단기 스프레드 개선을 추세전환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3분기 전후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