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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UN(국제연합기구)가 인정한 ‘세계 유일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냈습니다. 바로 유명 걸그룹 출신의 배우 ‘안소희 수분크림’으로도 유명한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 ‘시타(SIITA)’입니다. UN 경제사회처(UNDESA)의 심사를 거쳐 오를 수 있는 ‘의식 있는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네트워크(Conscious fashion and lifestyle network)’에 국내 기업이 이름이 올라간 건 처음입니다.
UN은 “제품 생애 마지막을 책임지기 위해 직접 수거 시스템을 운용하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런 혁신이 바로 시타가 화장품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용기를 사용한 것이 아닌 시타의 플라스틱 퇴비화 시설, 자체 수거체계에 주목한 겁니다. 시타는 생분해성 단일원료로 플라스틱 포장재(용기)를 만들고 빈 용기 자체 수거 시스템을 만들어 수거한 용기를 자체 시스템에서 친환경 퇴비로 재가공합니다.
UN은 이렇게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생분해 플라스틱을 대안 플라스틱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오염의 대안이 되기 위한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UNEP(유엔환경계획)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이 발표한 ‘플라스틱 국제협약 초안’에 따르면 “대체 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제품이 식품 안보를 포함한 환경, 경제, 사회 및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제품임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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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생분해 가능성이나 첨가제로 인한 환경오염 이슈가 뒷따른다는 점입니다.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탄소중립전략 보고서를 통해 선정한 100대 정책과제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생분해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녹색분류체계는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생분해 플라스틱을 녹색기술로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또 원료의 채취부터 생산 전과정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이 반드시 친환경적이라 보기 힘들단 지적도 나옵니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의 지난 2012년 보고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석유소비는 낮지만 비료 사용을 통해 다른 환경 영역에서 더 큰 부담을 준다”며 “물의 부영양화와 토양의 산성화가 일반적인 플라스틱 생산보다 훨씬 더 커 우월한 수단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어 2017년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UBA의 입장’을 통해서도 “명확한 생태학적 이점은 평가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오는 2024년 말을 목표로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통해 플라스틱의 원료 및 제품, 생산과 소비, 유통, 수출과 수입, 재활용 등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제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UNEP INC 사무국이 내놓은 초안은 논의의 바탕이 됩니다. 이는 그동안 구호에 머물렀던 각 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 목표가 앞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로, 정부는 감축과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수요 제한(초안 기준) 등의 규제를 시행할 의무도 동시에 지닙니다.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과제가 만만찮습니다. 대한상의 SGI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기술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검토 △생분해도 측정 방법 표준화, 첨가제 성분에 대한 기준 마련 △생분해성 플라스틱 수거 선별 시스템 고도화 △수요처 마련 등의 정책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육성을 위해서는 친환경적 조건을 보다 명확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생분해 플라스틱이 녹색제품에 해당하는지 정부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울러 별도의 수거선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을 경우 생분해 플라스틱이 명확히 환경에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는 만큼 폐기물 시스템도 손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