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바로 이 가상의 상온상압 초전도물질 언옵테늄을 ‘한국 과학자가 발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국내 한 연구진들이 논문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과 관련한 계산 식과 함께 샘플을 만들어냈다고 올리면서다. 학계 검증단계를 거쳐 사실로 확인된다면 인류역사를 바꿔놓을 획기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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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김현탁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등이 참여한 한국 연구팀의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 ‘LK-99’ 개발 관련 논문이 게시됐다.
논문은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를 통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온도가 섭씨 127도(400K)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단 이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전도 현상을 알아야 한다. 초전도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했다. 초전도란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저항을 상실한 물체를 초전도체(superconductor)라고 부른다. 이 물체는 전기저항 없이 전류를 무제한으로 흘려보낼 수 있고,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열이 나지만, 초전도가 되면 열이 나지 않고 기기를 쓸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자연 그대로의 온도와 압력에서 발견했다는 초전도체는 영하의 온도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사라진다. 전기저항이 사라진 초전도체가 상온에서 만들어지면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나 무손실 송전 등이 가능하다.
현재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면 집으로 송전될 때까지 전선 등의 저항으로 약 60%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상온ㆍ상압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발전된 전기를 고스란히 가정에서 쓸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결국, 비용이 줄게 되고, 석탄 등 다른 탄소배출 물질을 덜 사용하게 된다.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우리가 전기(전자)를 쓰게 되면 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가 구리선을 타고 오는데 송전 과정에서 구리 원소에 전기가 부딪히면서 저항이 생기게 된다”며 “발전된 전기의 절반 수준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데 상온상압 초전도가 된다고 하면 저항이 없으니 완벽한 송전도 되고, 생산도 빨라지게 된다. 사실이라면 상당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 전 세계가 뛰어든 검증...재현·반복성 봐야
물론 논문이 게시된 후 논란은 큰 상황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만들었다는 LK-99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누구나 쉽게 공개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LK-99 검증을 위해 뛰어든 상태다. 검증은 일반적으로 2가지를 본다. 재현성과 반복성이다. 논문에 게시된 레시피(계산식)를 통해 다른 곳에서도 같은 물질과 현상을 구현해 낼 수 있느냐, 그리고 한번이 아닌 반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느냐를 본다.
최근 해외 일부 국가와 대학에서 LK-99 레시피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검증이 완벽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다. 완벽한 검증에는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계 일부에서는 회사가 투자를 목적으로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고 있다. 전 세계 과학계에서 논문을 내고 투자를 받은 뒤 철회하는 사례 등이 종종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과학계에서 현재 검증을 시작한 단계”라며 “사안을 신중하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